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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현장@ 전국] “음식물쓰레기를 줄여라” 구청들 아이디어 전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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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 보관용기를 사용해 보이고 있다. 발로 페달을 밟으면 뚜껑이 열린다. [구로구 제공]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단독주택에 사는 황정순(51·주부)씨는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을 때마다 한숨이 앞선다. 음식물 쓰레기 전용봉투에 꼼꼼히 싸서 내놓아도 개나 고양이가 물어뜯기 일쑤다. 황씨는 “다음 날 아침이면 여지없이 쓰레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악취가 진동해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구로구는 4월 들어 ‘페달식 음식물 쓰레기 봉투 보관용기’ 보급에 나섰다. 주택가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 지정장소에 30가구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보관용기(120L)다. 페달을 밟아 용기의 뚜껑을 열고 쓰레기 봉투를 넣기만 하면 돼 사용이 간편하고 위생적이다. 봉투가 뜯기거나 더러운 물이 흘러나와 악취를 풍길 일도 없다. 구로구 김건형 클린도시과장은 “325개의 보관용기를 주택가에 보급해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불편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지난해 12월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기’ 시범 보급을 시작했다. 쓰레기의 물기를 제거해 세균 번식을 막고 부피를 줄이는 기기로 가정에 비치해 쓸 수 있는 제품이다. 가정이 구입을 희망하면 구청에서 비용의 절반인 20만원가량을 지원해준다. 지금까지 1000여 가구가 설치했다.

서울시내 구청들이 ‘음식물 쓰레기와의 전쟁’에 나섰다. 강남·광진·노원구는 지난해 페달식 보관용기 보급을 시작했다. 음식물쓰레기 t당 10만원가량 드는 처리비용도 문제지만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수와 악취로 인한 민원을 줄이기 위해서다.

영등포구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수거용기를 개발해 양평동 7900여 가구에 시범적으로 보급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면적이나 가족 수, 쓰레기 배출량에 상관없이 가구당 월 1100원을 내고 있으나 이 용기를 사용하면 쓰레기가 적은 가정의 부담이 줄어든다.

성동구의 경우 지난해부터 일반음식점 170개소를 대상으로 ‘남은 음식 싸주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 이전에는 하루 11t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왔으나 요즘은 9t으로 줄었다.

서울시내에서 하루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약 3400t, 연간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만 1000억여원에 달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의 70%를 차지하는 음폐수(음식물 쓰레기가 함유한 수분)다. 지금까지는 인천 앞바다에 버려왔지만 2012년부터 해양투기가 금지된다. 이에 대비해 서울시는 김포 수도권 매립지에 음폐수에너지화시설 건립을 준비 중이다. 2012년 완공을 목표로 450여억원을 투입한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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