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성 공천 확대로 생활정치 활성화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생활정치’의 확산은 전 세계적 화두다. 기성 정치에 물린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생활 밀착형 정책의 발굴과 실천이 부쩍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경우 생활정치를 잘 펼칠 만한 후보를 고르는 게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여성을 공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건 그래서다.

일단 변화의 기틀은 마련돼 있다. 올 초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효됨에 따라 6·2 지방선거부터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광역·기초의원 중 1명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는 게 의무화됐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법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한나라당이 서울 3곳 등 전국 20곳에 여성을 전략 공천하겠다고 일찌감치 천명했다. 민주당도 여성을 적극 공천한다는 내부 전략을 세워뒀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성 공천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마땅한 후보감의 부재, 가족의 반대, 남성 예비주자들의 반발 등 걸림돌이 많아서다. 여성의 정치 활동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재목을 미리 길러놓지 못한 게 근본 원인일 터다.

하지만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각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여성 공천 확대 약속을 꼭 지켜야 할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性)격차 지수’에서 한국은 134개국 중 115위에 머물렀다. 여성의 정치 참여 저조 탓이 크다. 선진국들은 정치 문화 개혁을 위해 여성 공천을 더욱 늘리는 추세다. 프랑스만 해도 2000년 남녀동수(同數)법을 통과시켜 지방의회 여성 의원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였다. 한국은 광역의회 12%, 기초의회 15%에 불과하다. 그나마 2002년 4% 미만에서 크게 는 것이다.

복지·경제·교육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이슈에 대해 여성 의원들의 조례 발의 건수는 남성보다 월등히 많은 걸로 나타났다. 여성 구청장을 둔 서울 송파구의 경우 아토피를 막는 어린이집 건립, 생리 기간 중 수영장 이용료 할인 등 혁신적 정책을 펼쳐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더 많은 여성 일꾼이 이 같은 생활정치에 앞장설 기회를 주는 것이 정당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