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페셜 리포트] “목재 모자라 값 치솟는데 … 있는 나무도 제대로 못 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목재값이 치솟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폐목재는 30% 이상, 수입 원목은 60% 이상 올랐다. 중국·인도의 목재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목재를 태우는 열병합 발전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치솟는 목재값=이달 건설 폐목재 가격은 t당 5만2000원. 지난해 4월 3만8000원에 불과하던 것이 37%나 올랐다. 수입 원목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 뉴질랜드산 소나무는 지난해 ㎥당 85달러이던 수입가가 이달 초엔 142달러로 솟았다.

이렇게 목재 가격이 오른 데는 지난해 하반기 폐목재 연료칩을 쓰는 열병합 발전소가 전국 5곳에 생긴 것이 한몫했다. 이들 발전소가 폐목재로 만든 연료칩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연간 60만t의 목재가 추가로 필요하게 된 것이다. 결국 폐목재 공급량이 부족하자 PB업계가 MDF(중밀도섬유판)·펄프 생산업체가 사용하는 국산 원목까지 사들여 목재 시장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수요는 늘지만 폐목재 양은 오히려 줄고 있다. 건설 경기가 가라앉아 신축 공사현장에서 나오던 폐목재가 준 것이다. 업계는 최근 5년 사이 폐목재 발생량이 5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성창보드 김명립 구매팀장은 “최근엔 개발 공사 현장에서 벌목하는 나무가 있으면 뿌리까지 캐어 흙을 씻어 쓴다”며 “예전엔 운반비를 부담하고 공짜로 가져오던 것이지만, 이젠 t당 1만5000원은 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입 원목 가격도 오르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목재 수요가 크게 는 반면, 러시아가 목재 수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 공급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목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펄프·PB·MDF의 중간재 가격은 물론 종이·가구·마루판 등의 소비재 가격까지 들썩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합판보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이후 PB 가격은 15%, MDF 가격은 8% 올랐다.

◆목재 자원화 시급=업계와 산림청은 이 기회에 목재 자원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나무를 심기만 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활용가치가 높은 나무로 경제림을 조성하고, 여기에서 베어낸 나무는 제재용·합판용·펄프용·연료용 등으로 나눠 다단계로 알뜰히 활용하자는 것이다. 산림청은 현재 11.9%에 불과한 목재 자급률을 2017년까지 20%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산림청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리기다 소나무의 수종 갱신이다. 리기다 소나무는 몸통이 가는 외래종 소나무. 전체 산림면적의 7.3%(47만㏊)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1960~70년대엔 어디에 심어도 빨리 잘 자란다고 해서 사랑받았지만, 옹이가 많고 목재 질이 좋지 않아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이 나무를 베어내고 자원 가치가 높은 백합나무 등을 심는다는 게 산림청의 계획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 인식이다. ‘나무를 심자’는 구호에 익숙한 나머지 나무를 벤다고 하면 무조건 환경 파괴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 산림청이 올해 ‘리기다 소나무 수종 갱신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를 열겠다고 계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산림청 목재생산과 송경호 사무관은 “다 자란 나무는 온실가스 흡수량이 점점 떨어져 이를 베어 내고 새 나무를 심는 것이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며 “나무를 보고 즐기기만 할 게 아니라 베어내 쓰고 또 심는 선순환 자원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림을 조성한 뒤 이를 제대로 가꾸고 남김없이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무가 너무 빽빽이 자라지 않도록 사이사이 나무를 때맞춰 잘라주는 간벌, 잔가지·이파리·뿌리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재활용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국유림이 아니면 간벌 및 재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관리 및 수거 비용이 많이 들어 민간업체는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손동원 박사(목재가공학)는 “자원 활용을 위해 숲을 가꾸거나 잔가지를 수거하는 것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민간 업체들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목재 활용으로 얻는 부대 효과를 고려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은 기자

◆PB와 MDF=파티클보드(PB)는 폐목 등을 파쇄해 만든 조각을 합성수지와 섞어 압축해 제작하며, 중밀도섬유판(MDF)은 나뭇조각을 화학 처리해 섬유질을 뽑아낸 뒤 이를 압축해 만든다. PB는 표면이 거칠어 가구 안쪽 목재로 많이 쓰이며, MDF는 재질이 단단하고 표면이 미려해 문짝 등에 많이 쓰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