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담족' 소비는 자유분방… 교류는 '우리끼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 전체 인구의 0.1%〓최고급 소비층은 소득에 따라 자산가 계층과 전문직 종사자 등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자산가 계층의 경우 서울 평창동.방배동.청담동의 대형 단독 주택에 살며, 전문직 종사자는 서울 서초동.개포동.대치동의 대형 빌라나 아파트에 거주한다.

박수경 박사는 "우리 나라 최고급 소비층의 수는 3만~1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인구의 0.1~0.2% 수준" 이라고 분석했다.

"모 전자회사의 VIP판매대상이 서울 강남 50평대 이상 아파트(신도시는 60평대 아파트)나 3천㏄ 이상 자가용 중 하나를 소유했거나 전문직 종사자인 사람 5만명을 기준으로 한 것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고 말했다.

◇ 명품도 명품 나름〓외국계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정모(여.35)씨는 명품도 원산지를 고집한다.

정씨는 "똑같은 명품 브랜드라도 국내에서 산 것과 원산지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고 강조한다. 잦은 해외 출장이 정씨의 명품 브랜드 구입 기회다. 해외 일을 서둘러 마치고 귀국 전날에 한꺼번에 쇼핑을 한다. 남편과 아이들 물건보단 평소 갖고 싶었던 자신의 물건을 구입한다. 일명 '짝퉁' 이라고 불리는 가짜 명품 브랜드는 절대 사절이다.

◇ 최고급 스킨케어로 부를 과시〓화장품 '시슬리' 와 '라프레리' 를 주로 사용하는 주부 이모(40)씨는 피부에 좋다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제품 정보는 '노블레스' 등 고급 잡지나 청담족 친구들에게서 얻는다.

피부과에서 운영하는 에스테틱 샵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국내 브랜드인 '설화수' 의 유길환 팀장은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국내 브랜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면서 "크림 하나에 30만원~40만원씩 하는 외국 제품들이나 1백~2백만원을 호가하는 피부과의 전문 스킨케어 제품들이 이들에게 인기" 라고 말했다.

◇ 가족모임은 호텔보다 집에서 이벤트로〓가족 개개인의 단촐한 외식은 호텔 전문음식점이나 청담동 고급레스토랑을 이용하지만 가족모임은 반드시 집에서 치룬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모(33)주부는 며칠 전 시아버지의 생일 잔치도 집에서 치뤘다.

물론 상차림은 전문 케이터링 업체를 이용했다.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모임을 갖는다. 식구들이 외식은 빠져도 집에서 마련한 식사모임은 빠지지 않는다" 는게 김씨의 말.

◇ 아이는 많아도 좋다〓자녀 수는 대부분 2~3명. 1~2명의 아이를 기르기도 벅찬 게 요즘 샐러리맨이지만 이들 가정에선 자녀를 많이 낳는 경향이다.

박수경 박사는 "부모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받은 이들은 자신이 받은 것을 남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름의 책임감이 있다" 며 "하지만 그 대상은 대부분 자신의 자녀들로 한정되며 그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며 물려받은 부를 대물림하려 한다" 고 분석했다.

◇ 2개 국어는 기본〓초.중.고 시절이나 대학 때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해외생활을 거친 이들에게 영어는 기본. 여기에 중국어나 일어 정도는 마스터해야 동료사이에서 인정을 받는다.

이들의 2세는 아예 초등학교부터 국내의 외국인 학교를 다니거나 외국에서 다닌다. 학교 부모 모임에서 서로 '헨리 엄마' '브라이언 엄마' 라고 부를 정도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원의 신현암 박사는 "일명 '청담족' 이라고 불리는 요즘의 신흥 상류층들은 부를 과시하기 보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충실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들은 물려받은 부와 명예를 사회적으로 환원하려는 노력도 해야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박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