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이트컬러의 창업은 이렇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다 외환 위기 때 퇴직한 金모(42)씨는 서울 목동에 7천만원을 들여 아이스크림점을 차렸으나 1년도 안 돼 망했다. 장사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데다 가을부터 매출이 뚝 떨어져 현금이 돌지 않았던 것.

6개월 동안 새로운 일을 찾던 金씨는 같은 회사 출신 동료 두 명과 이벤트 홍보 사무소를 차린 뒤에야 사업에 자신감을 얻었다. 지방의 식품.의류상들이 판로 개척을 위해 서울에서 여는 각종 이벤트를 대행하는 일이었다. 직장에 다닐 때 자신이 쌓아두었던 인적 네트워크와 경험을 활용해 장소 물색.소품 준비.홍보전단 작성 등을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뛰어다니며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지만 전에 했던 일과 비슷해 편하고 재미있다" 는 것이 金씨의 말이다.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떠나 창업전선으로 나서는 화이트칼라 퇴직자들이 많지만 자신의 전공이나 직장 경력을 창업으로 연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창업하면 대개 음식점 등 일반적인 점포 창업을 떠올리지만 오랫동안 직장에 매달려온 화이트칼라 퇴직자들로서는 적응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커리어 창업' 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커리어 창업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하기 때문에 흥미를 가질 수 있고 적응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디어 위주이다 보니 점포형 사업에 비해 창업 비용도 적게 든다.

아이템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동사무소 공무원 출신이라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만큼 부동산 중개업이나 택배 대리점 등이 잘 어울린다. 인맥이 넓고 지식.정보 인프라가 갖춰진 은행원.증권사 직원이라면 인터넷을 통한 각종 중개업이나 인력공급업 등을 고려할 만하다.

PD나 방송엔지니어라면 적게는 1억5천만원 내외의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인터넷 방송국 등이 관심 대상이다.

일반관리직 출신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커리어 창업으로는 아웃소싱업을 들 수 있다. 최근 각 기업들은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총무.인사.광고.홍보.구내식당 운영.시장조사 대행 등은 외부 전문기관에 발주하는 추세다.

경험이 있다고 해도 치밀한 준비가 없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독립을 꿈꾸고 있다면 현재 일하고 있는 분야와 관련된 부업을 가진 후, 자신이 생기면 직장에서 나와 그 부업을 사업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커리어 창업은 익숙한 분야에서 시작하는 만큼 안정적일 수 있지만 자칫 고정 관념에 사로잡힐 수 있다. 변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민호 창업이닷컴 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