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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막말 싸움 더 이상 없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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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1월 9일자 1면 '이 총리, 조건부 유감 표명 시사'제목의 기사를 읽고 정치인들의 말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잇따른 한나라당 폄하 발언이 대표적인 경우다. 총리가 마치 정권의 돌격대 전위대장인 양 앞뒤 안 가리고 상대 당에 대한 험담을 쏟아붓고, 급기야 국회가 공전되는 사태를 빚었다. 총리는 국정 운영에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다. 그런데도 막말을 늘어놓아 야당을 자극하고 여야가 극한 대결을 벌이는 사태까지 오게 했으니 이를 보는 국민은 참담할 뿐이다.

이 총리를 조선조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다 부관참시된 한명회와 미국 닉슨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언론 공격에 앞장서다 탈세 혐의로 하야한 애그뉴 부통령에 빗대 공격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두 경우 모두 정치인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옛말에 '입이 곧 재앙의 문'이라는 뜻을 지닌 구시화문(口是禍門)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말을 잘못하면 그 말이 부메랑이 돼 되돌아와 자신을 베는 칼이 될 수도 있음을 옛 선현들은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 총리가 조건부 유감을 표시함으로써 정국 정상화의 물꼬가 트인 것은 다행이다. 정치권은 도를 넘어서는 막말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홍경석.대전시 중구 용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