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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한학기 '필수 과목' 한국 13~16개·미국은 7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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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들은 외국 학생들에 비해 여전히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나 연간.주간 수업 일수가 많아 학업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1995년 이후 교육개혁 추진 과정에서 교과목 축소 등 학업 부담 줄이기에 주력해왔지만 외국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우리 중.고교 학생들은 원점수 위주의 단선 평가를 하고 있어 등급별로 평가하거나 질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외국과 대조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2000년 기준 한국.일본.영국.미국.프랑스.독일.중국의 학교 교육 과정.교육 평가 운영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 여전한 학업 부담=한국의 고교에 해당하는 10~12학년을 기준으로 볼 때, 미국 학생들의 학기당 실제 이수 필수 과목은 7개다. 그러나 한국은 13~16개에 달한다. 프랑스는 8~10개, 일본은 8~14개 등 외국 학생들은 대개 10개 내외의 과목을 이수하고 있다.

초등학교 수준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통합 교과 운영으로 이수 과목 수는 외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 5개에서 3학년 때 10개로 갑자기 많아져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의 경우 학교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기초학력 부진아가 갑자기 늘어나는 학년이 초등 3~4학년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6학년, 독일은 5학년부터 과목 수가 많아진다.

외국의 경우 주 5일제(프랑스 일부 학교는 주 4일제)가 일반화된 반면 우리는 대부분 학교가 주 6일제 수업이며, 연간 수업 일수도 많아 학교 수업에 더욱 얽매여 있다.

특히 각국이 통합 교과를 운영하고 있으나 한국 초등학교에서처럼 체육.음악.미술을 통합한 경우는 사례가 없다. 체육은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가 독립 교과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주로 사회나 과학과목을 통합했다.

◇ 원점수 위주 평가=교과 영역에 대한 평가는 초등학교에서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등급 부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중등학교에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영국.독일은 초등학교 때처럼 각각 4단계와 6단계의 등급을 기재한다.

미국 역시 13단계 등급을 매긴다. 일본은 중학교에서 교과별 3단계.종합 5단계, 고교에서는 교과별 10단계.종합 5단계의 등급을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고교 마지막 학년에서만 4단계 등급을 매길 뿐 나머지는 교과별로 시험을 치른 횟수, 원점수, 학급평균점수, 학급 최저.최고 점수를 학생 성적표에 기재한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의견을 적는 질적인 평가도 병행한다.

반면에 한국의 중.고교는 모두 원점수만 제시하도록 돼 있다. 평가원 소경희 박사는 "우리의 경우 하나의 점수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단순 평가하는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 기초 학력.외국어.IT 강조=모든 국가가 국어.수학.외국어.과학을 중심으로 한 기초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개혁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초등학교에 매일 한시간씩 문해력.수리력 수업 시간을 의무적으로 배정하고 있다.

이밖에 외국어.정보기술(IT)교육 강화도 일반적인 추세다. 독일은 7학년부터 제2외국어, 9학년부터 제3외국어를 선택 필수 과목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정보 기술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고교 교과목에 '정보' 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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