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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문학의 전개] 70년대 다양한 사조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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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흑인문학의 역사는 19세기부터 시작된다. 초반은 노예제의 경험을 자서전 형태로 폭로하는 '노예담론' 이 주류였다. 남성작가로는 프레데릭 더글러스, 여성작가로는 해리엇 제이콥스가 이 시대의 주인공이다. 최초의 흑인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윌리엄 웰스 브라운도 이 때 활약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걸쳐 흑인들의 자각은 보다 구체화한다. 신화 속 '옛 흑인' (올드 니그로)이 아닌, 육체와 영혼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의 '새 흑인' (뉴 니그로)에 대한 각성은 흑인문학의 개화를 예고했다. 부커 워싱턴.뒤 보아 등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뭐니뭐니 해도 흑인문학은 1920년대 '할렘 르네상스' 를 주도하며 만개(滿開)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 을 모토로 태동한 새 문예조류인 모더니즘과 흑인문화가 만나 눈부신 흑인문학이 활짝 꽃을 피웠다.

남성작가로는 랭스턴 휴즈와 진 투머, 여성작가로는 제시 포셋.조라 닐 허스튼이 대표 작가로 꼽힌다. 이들은 '뉴 니그로' 의 전통 위에 흑인들의 가능성을 물씬 표현했다.

흑인 학자로 이 운동을 이끈 얼레인 로크는 흑인작가들의 작품을 뽑아 '뉴 니그로' 선집을 출간하는 등 흑인들의 정체성 확보에 기여했다. 학자들은 '할렘 르네상스' 의 부흥 원인으로 당시 흑인 중산층의 성장을 꼽기도 한다.

1940~60년대 흑인문학은 사회주의 계열의 저항소설이 이끌었다. 리처드 라이트의 『미국의 아들』은 저항소설의 원형 구실을 했다. 스무살의 흑인 청년 비거 토머스가 보여주는 백인 사회에 대한 강한 분노와 반항 - . 인종문제는 흑인문학의 '뜨거운 감자' 로 등장했다. 라이트보다 약간 뒤에 나와 활약한 랠프 엘리슨은 미학적.실존주의적 경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세월이 흐르며 흑인문학도 다양화하기 시작했다. 70년대 들어 후기구조주의.포스트모더니즘.다문화주의 등 새로운 조류에 합류하면서 흑인문학의 폭도 넓어졌다.

토니 모리슨은 이 때에 등장한 신예. 모리슨은 흑인문화와 미학에, 폴 마셜은 흑인 문화의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앨리스 워커는 모리슨과 달리 정치적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급진적 페미니즘으로, 토니 케이드 밤바라는 인종적 투쟁의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 여성작가와 달리 남성작가인 이시마엘 리드는 다문화주의를 작품의 배경으로 삼아 맹활약 중이다.

한국에서 미국 흑인문학 연구는 청주대 구은숙.이화여대 김민정.경희대 최재구.동국대 김애주 교수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리슨의 노벨상 수상 이후 흑인문학은 미국 문학의 대표성까지 확보했는데, 모리슨의 『빌러비드』와 허스튼의 『그들의 눈은 신을 바라보았다』는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소설 목록에 올라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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