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가이트너-왕치산 합의와 위안화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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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미간의 외교적 갈등이 관심을 끈다. G2라기도 하고 차이메리카(Chimerica)라고도 하는 두나라는 마치 2인3각 경기의 선수 같다. 한사람이 쓰러지면 멀쩡한 한쪽도 같이 쓰러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中美관계에 어떠한 갈등도 계속되면 두나라 모두에게 해롭다.
달라이라마의 오바마 대통령 면담과 미국의 타이완 무기판매는 지나간 현안이지만 위안화 절상이 두나라 사이에 목전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위안화절상을 요구하는 미국과 이에 소극적인 중국. 두 나라의 이러한 갈등을 “내정의 충돌”로까지 표현되고 있다. 금년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는 날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오바마대통령으로서는 최대의 난관이다. “텐-텐 역설”이라는 말처럼 중국이 위안화를 고정시켜 10%이상 성장하면 미국의 실업율은 10%이상 치솟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가 절상되면 미국제품의 수출증대로 실업율이 떨어지고 오바마의 인기는 다시 회복된다고 보고 있다.
중국으로서도 위안화절상이 사회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국의 내수진작이 충분치 않는 상황에서 수출부진은 연안지역의 공장 가동을 줄여 중국의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사회가 불안해 진다. 중국의 내수가 성장의 엔진이 될 때까지는 수출이 잘 되어 10%이상의 성장이 유지되어야 중국사회가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마치 일정 속도를 통해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것과 같다.
미국이 재정 및 무역의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위안화를 타킷으로 삼고 있는 것이 25년전 일본의 엔화절상을 요구한 플라자 합의 때를 연상시킨다. 당시 미국의 대일 적자가 1218억불인 반면 지금의 대중 무역적자는 2208억불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여론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제품에 대해 수입상품 과징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자 중국으로서도 위안화 절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이번 주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오바마를 만난다. 양국의 정상이 만나기 전에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긴급 방중 왕치산 부총리를 만나 모종의 GW(가이트너-왕)합의를 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의 절상은 다음 달 말에 예정된 두나라의 경제전략회의를 전후하여 이루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과거의 관리변동환율제로 돌아 간다면 금년중 최소 4-5%의 위안화 절상이 예상된다. 그러나 중미의 환율조정은 실물경제에 대한 급격한 임팩트를 피해 소프트 랜딩을 유도해야한다. 플라자 합의후 급격한 엔화의 절상으로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의 기억이 새롭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위안화 절상으로 인플레를 억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출의 과다의존보다 내수확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溫家寶 총리가 3월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국내 소비진작에 힘쓰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수입물품의 가격이 떨어져 중국인의 소비가 늘어 날 것임에 틀림없다.
위안화 절상으로 우리의 대중수출은 유리하겠지만 중국에 진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채산성이 나빠질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현지에 부동산을 많이 구입한 기업이나 교민들의 입장에서는 자산 가치가 늘어 난다고 볼 수 있지만 바블 경제가 진행될 수 있음에도 주의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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