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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걸음 장세 속 가치주가 피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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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1.1%’. 1분기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다. 순자산 100억원 이상인 307개 펀드 중 플러스 수익률이 난 건 65개에 그쳤다. 연초부터 중국의 긴축 움직임, 유럽의 재정위기 등 해외 악재가 이어지며 주식 시장이 도통 힘을 못 쓴 영향이다.

토끼의 뜀박질이 멈추면, 느리지만 꾸준한 거북이의 진군이 돋보이는 법이다. 주춤거리는 대형 성장주 펀드를 가치주 펀드가 모처럼 앞질렀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새내기 가치주 펀드 ‘KB밸류포커스’가 연초 이후 6.3%의 수익률로 1위를 기록했다. 가치주 펀드의 대표 격인 ‘한국밸류10년투자’ 시리즈도 4% 내외의 수익률을 보이며 상위 3~5위에 올랐다.

가치주 펀드는 기업의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집중 공략한다. 그래서 약세장에서 선방하는 특징이 있다. KB밸류포커스의 경우 삼성전자를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보통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편입 주식의 10% 이상을 삼성전자로 채우는 것과 비교하면 운용 전략의 특징이 선명하다. 설정 이후 수익률도 20.3%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9.2%를 크게 앞선다.

반도체 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관련 펀드들도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상장지수펀드(ETF)인 ‘한국투자 KINDEX 삼성그룹주SW’(4.5%)와 ‘미래에셋맵스 TIGER 세미콘’(3.1%)’ 등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인디펜던스 등 대형 펀드들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펀드에서 계속 돈이 빠져나간 것도 주식형 펀드가 부진한 원인이 됐다. 올 1분기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1조8148억원이 순유출됐다.

◆해외는 러시아가 독주=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러시아 펀드가 11.2%로 최고였다. 개별 펀드 수익률 1~10위 중에서 러시아 관련 펀드가 6개였다. 유가 상승과 러시아 정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주가 강세 덕이다. 수익률 1·2위를 차지한 ‘템플턴이스턴유럽’(15.8%)과 ‘KB유로컨버전스’(15.2%)는 러시아 비중이 30%를 넘는다.

러시아를 제외한 브릭스(BRICs)는 부진했다. 인도(3.3%)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브라질(-4.3%)과 중국(-2.5%)의 수익률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중동·아프리카 등에 투자하는 프런티어 펀드가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원유 가격이 오른 데다 글로벌 자금이 이 지역에 몰리면서 9.2%의 평균 수익률을 올렸다.

업종별로는 금융주와 소비재 펀드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경기 지표의 호전으로 금융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 펀드는 11.8%의 수익을 냈다. 애플사의 편입 비중이 큰 ‘한국투자럭셔리’ 펀드(10.7%)도 소비재 펀드(9.3%) 중 눈에 띄었다.

조민근·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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