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6개월치 비 하룻밤새 퍼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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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 밤부터 15일 오전까지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것은 불과 서너시간 동안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만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평소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도심지 대형 빌딩도 곳곳에서 침수되는 등 의외로 피해가 컸다.

이처럼 단시간에 큰 피해가 발생한 데는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도 한몫했다. 기상청은 14일 밤부터 15일 오전까지 서울.경기.강원 일부 지역의 강수량이 40~1백㎜, 많게는 1백50㎜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서울은 물론이고 인천도 2백㎜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국지적 집중호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 이날 새벽 내린 비는 37년만에 가장 많은 양으로 폭우의 양은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내린 양과 맞먹는 것이다.

충분한 예보가 이뤄지지 않자 행정당국마저 하천이 범람할 우려가 작다는 이유로 비피해 대비를 소홀히해 주택이나 빌딩 지하에서 평소처럼 잠을 자다 숨지거나 무방비 상태로 빗길을 걷다 감전 사고를 당하는 등의 피해가 많았다.

폭우가 쏟아진 시간대가 휴일 야간에 집중돼 인력.장비를 구하기 어려웠던 점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대형 빌딩과 주택가의 침수가 잇따른 것은 지하 하수로의 용량이 폭우를 소화해 내기에 턱없이 부족해 빗물이 역류한 데 따른 것이다.

지하 3.4층이 물에 잠긴 서울 서대문구 중앙일보 빌딩의 경우 주변 배수로가 넘치면서 인근 도로에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이 지하 출입구로 대거 유입됐다. 지하 1층이 통째로 잠긴 강남구 논현동 미주빌딩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시내 하수도는 지난 10년 동안 내린 가장 큰비를 기준으로 현재 시간당 최대 70~80㎜를 처리할 수 있다. 이번에는 기준치를 훨씬 넘는 비가 퍼붓자 기능을 완전히 상실, 가동 중인 60여곳의 빗물펌프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가정이나 빌딩 지하로 역류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하천주변뿐 아니라 도심지에서도 저지대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배수체계를 갖추지 않을 경우 비피해가 반복될 우려가 높다.

서울시 장석효(張錫孝)건설국장은 "워낙 많은 비가 내려 현재 하수로 용량으로는 처리가 곤란했다" 며 "낙후 시설을 개선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손을 못대고 있다" 고 말했다.

김성탁.박지영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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