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강 감독 '마리 이야기' 중간발표회 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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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1백% 디지털로 만들었지만 회화적인 느낌이 강한 '마리 이야기' .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성인과 어린이 관객 모두를 끌어안겠다는 포부다.

'바리공주' '원더풀 데이즈' 등과 더불어 최근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마리 이야기(My Wonderful Girl, Mari)' 가 연말 개봉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제작사 씨즈 엔터테인먼트(대표 조성원)는 지난주 제작 중간발표회에서 현재 75% 가량 진행된 작품의 일부를 공개하고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을 상영했다.

'마리 이야기' 는 단편 애니메이션의 대표 주자인 이성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감독은 컴퓨터 애니메이션 '덤불 속의 재' 로 1998년 국내 최초로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본선에 올랐으며 만화가 양영순의 히트작을 영화화한 '누들누드 2' 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연인' '우산' '작은 달' 등 그간 선보인 열세 편을 통해 다소 무거운 주제를 서정적이고 회화적인 영상으로 풀어내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날 이감독은 "어린 시절 소중한 기억 하나가 성인이 돼서도 살아갈 힘을 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고 설명했다. 사랑.추억.꿈 등이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코드다.

바닷가 소년 남우가 어느 날 등대에서 신비의 하얀 소녀 마리를 만나면서 경험하는 환상의 세계가 주된 내용이다. 이들의 여정에서 마주치는 동식물들은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는 듯한 살아있는 캐릭터다.

이날 공개된 필름 일부를 보면 '마리 이야기' 는 일단 영상 면에서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특히 2D와 3D를 결합하는 기술의 진일보가 눈에 띈다. 3D를 기본으로 하되 2D로 리터치(retouch)하는 공정을 거쳐 3D 특유의 차갑고 뻑뻑한 느낌을 많이 줄였다. 이를 위해 애니메이션.디자인.컴퓨터 그래픽 등 각 분야의 소프트웨어 8개를 통합해 사용했다.

색감도 좋은 편이다. 이감독은 팬터지라는 작품의 성격에 어울리는 색을 찾기 위해 색상조견표에 없는 파스텔 계열의 색깔을 직접 만들어냈다. 잿빛을 기본으로 원색보다 한톤씩 낮춘 색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후반 작업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가수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을 작.편곡했던 '어떤날' 의 기타리스트 이병우씨가 독일에서 잠시 귀국해 음악 감독을 맡았다.

제작진은 이제껏 소홀했던 조명 역시 눈여겨볼 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처럼 "느낌이 만들어낸 색" 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1998년말 기획에 들어간 이 작품에 대해 그간 카날 플뤼.셀룰로이드 드림 등 유럽의 유수한 배급사들이 관심을 보여왔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미흡한 기획력.완성도 등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배급은 시네마 서비스에서 맡기로 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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