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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시장 군침 도는데 … ” 식품업체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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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농심은 지난달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의 사업목적에 특정주류 도매업을 추가했다. 막걸리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목적을 추가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막걸리 시장에 진출할지를 두고 내부에서 꾸준히 논의하고 있지만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올해 초부터 주요 막걸리 업체들을 접촉 중이다. 직접 막걸리 공장을 세우는 대신 기존 업체의 막걸리를 납품받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등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수십 곳의 막걸리 업체를 둘러봤지만 아직 적당한 업체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이은영 과장은 “해외시장을 겨냥해 진출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았지만 우리 회사가 요구하는 위생기준을 갖춘 막걸리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과 CJ제일제당 외에도 진출을 타진 중인 기업은 여럿이다. 우수한 발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샘표식품도 지난달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주류 제조 및 판매업을 추가했다. 제과업체인 오리온도 사업목적에 주점업을 추가했다. 계열 외식업체인 마켓오 레스토랑에서 막걸리를 비롯한 주류를 팔기 위한 포석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대기업과 대형 주류업체들이 막걸리 시장 진출을 놓고 고민에 싸여 있다. 지난해 이후 막걸리가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선뜻 진출을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주류업체 임원은 “지금도 매년 50여 개의 막걸리 업체가 새로 생기고 비슷한 숫자의 업체가 문을 닫고 있다”며 “대기업이나 대형 주류업체로선 막걸리 시장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선 막걸리의 판매 마진이 크지 않다. 주류업계는 막걸리의 병당 마진이 소주나 맥주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회현동 본점과 영등포점에서 막걸리 매장을 운영 중인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막걸리 판매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매장을 넓히지 않기로 했다. 판매량에 비해 수익성이 좋지 않은 데다 유통기한이 짧아 매장 진열과 보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영세업체들이 많은 막걸리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든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부담이다. 국내에는 533개(지난해 11월 현재)의 막걸리 업체가 있다. 소주업계 1, 2위인 진로와 롯데주류BG가 국내에서 막걸리를 팔지 않는 대신 일본 등 해외시장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운 이유다.

◆막걸리 시장 빠르게 성장=주류업계는 막거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4500억~5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인을 제외한 과실주 시장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와인시장(2009년 7700억원)과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순당은 올 1분기에 1000만 병이 넘는 막걸리를 팔아 2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막걸리업계 1위인 서울탁주의 지난해 매출은 800억원대로 중견 소주업체에 버금간다. 보해는 자회사인 보해식품을 통해 막걸리 면허를 받았다. 국순당의 형제기업인 배상면주가는 하우스 맥줏집처럼 매장에서 막걸리를 만들어 파는 프랜차이즈 점포를 검토하고 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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