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각 "DJ의 유연함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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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얼마 전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 4대 입법안이 국민 여론의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하면 기다리면서 (입법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개혁'을 하더라도 민심을 살펴가면서 하라는 얘기였다. 최근 여야 대치로 정국이 꽉 막히면서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DJ를 배우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로 중도.보수성향의 의원들 사이에서다. 4대 입법 추진 문제 등과 관련해 당내에서 가장 유연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 소속의 한 의원은 8일 "앞으로 DJ를 찾아가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도 "DJ는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조심스럽게 풀어가려고 했는데 지금 여당이 그런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김부겸 의원이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DJ는 자신이 보안법의 피해자였지만 보안법 개폐에 대해 자기 생각을 밝힌 적이 없다"고 한 것도 보안법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강경파를 겨냥한 얘기였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당 일각에서 DJ 얘기를 하는 것은 그의 유연함을 배우자는 뜻도 있지만 호남 민심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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