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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선] 미국, 연방 공무원들은 단체행동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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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률상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무슨 파업이냐."(정부)

"공무원도 노동자다. 파업권이 포함된 노동 3권을 보장하라."(노동계)

전국공무원노조가 예정대로 9, 10일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공무원 파업의 정당성을 놓고 노.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며 공무원 파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을 권고하고 있다"며 총파업으로 맞설 태세다.

?공무원 파업은 정당한가=정부는 공무원의 경우 법률상 신분이 보장되는 특수한 신분이기 때문에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7조에 따르면 공무원의 신분은 법률에 의해 보장된다. 해고는 물론 징계도 법적인 절차를 밟도록 돼 있다. 민간인에 비해 고용이 훨씬 안정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 초 공무원 숙정이나 외환위기 직후를 빼곤 공무원들이 대량 해고된 사례가 드물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신분이 보장돼 있는 공무원들이 파업권까지 갖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파업권을 허용할 경우 공무원이 특권층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ILO에서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허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단체행동권은 각 나라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행정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공무원이 파업할 경우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해서처럼 직장폐쇄 등의 대항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파업권 불허의 핵심 논리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재선을 의식하게 마련이고 어쩔 수 없이 공무원노조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이 파업하면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져 국가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 규정(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까지 두는 것은 과도한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달 초 방한한 국제공공노련(PSI) 한스 엥겔베르츠 사무총장도 "한국 정부의 공무원노조법안은 최소치에 불과하며 곧 ILO 등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부분 국가가 파업권 불허=프랑스.영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는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연방공무원의 파업을 금지하고 있다. 또 주 공무원의 경우에도 하와이.알래스카.일리노이 등 10여개주를 제외한 다수의 주는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모든 공무원에 대해 파업은 물론 태업과 이를 선동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이를 위반할 경우 해고 등 징계처분과 함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엔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는 형사처벌조항까지 갖추고 있다.

독일은 연방공무원법에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법조항은 없지만 판례에 따라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바이에른주 등 일부 주에선 주법을 통해 지자체 공무원의 파업을 금지하고 있다.

단 법률상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공공부문 근로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처럼 파업권이 보장된다. 민간인에 비해 특권을 누리지 않는 만큼 동등하게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프랑스의 경우 공무원법에서 "공무원은 법률이 규정하는 범위 내에서 파업권을 행사한다"고 규정, 파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법관.군인.통신.방송.항공 등 필수업무의 경우 파업을 제한하고 있다. 또 공공질서를 중대하게 침해할 경우 정부가 업무복귀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고할 수 있는 규제장치를 두고 있다.

영국도 원칙적으로 공무원의 파업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수도.전기.우편 등 필수공익사업의 파업을 제한하고 있으며 경찰이 직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공무원에게도 파업권을 포함한 노동 3권을 완전히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공무원은 법률적으로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 국가 재정상태가 나쁠 경우엔 공무원에 대해서도 대규모 해고가 자주 벌어진다. 신분과 고용이 안정된 우리나라 공무원들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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