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 실종 여직원과 애정행각 실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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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53세의 유력 정치인과 24세의 연방정부 인턴직원이 반년 동안 열애를 했다. 여직원은 어느날 갑자기 실종됐고 정치인은 이 사건에 관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두 사람의 관계가 폭로되자 부인이 있는 이 정치인은 애정행각은 실토하면서도 실종에 대한 의혹은 부정하고 있다.

르윈스키 사건 이후 큰 스캔들이 없던 미국 정가가 이 일로 떠들썩하다. 미 언론들은 게리 콘딧(사진) 미 민주당 재선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이 7일 밤 워싱턴DC 경찰의 세번째 소환조사에서 두달째 행방이 묘연한 챈드라 레비라는 여성과 연인관계였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레비는 남가주대(USC)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4월 중순까지 연방정부 교정국에서 일하다 그달 말일 워싱턴시내의 스포츠센터를 나선 뒤 사라졌다. 보도에 따르면 콘딧은 경찰에서 "지난해 가을부터 레비를 자주 만나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가졌으며 실종된 때에도 헤어진 상태는 아니었다" 고 말했다.

이전의 조사에서 "친구사이였을 뿐" 이라고 주장하던 콘딧이 정치생명을 걸고 자백을 하게 된 것은 최근 레비의 친척인 린다 잼스키라는 여성이 두 사람의 관계를 밝힌데서 비롯됐다.

잼스키는 지난 6일 워싱턴 포스트에 "레비가 53세의 정치인과 사귄다고 했으며 그가 어떤 오토바이를 가졌는지 등 시시콜콜한 부분에 대해서도 말해줬다" 며 "이제는 콘딧 스스로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 고 증언했다.

그녀에 따르면 콘딧은 레비를 만날 때 허름한 옷차림과 모자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왔으며 한때 동거를 고려할 정도로 열애에 빠졌다. 그는 그러면서 레비에게 "우리 사이가 알려지면 모든 게 끝장" 이라고 말할 정도로 불안해 했다.

콘딧은 아직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지는 않다. 특별히 의심스러운 부분은 찾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미 정가에서는 콘딧이 르윈스키의 성추문사건 때 클린턴을 격렬히 비난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충격받고 있다. 내년에 3선에 도전할 계획인 그는 지난 6일 딕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와 거취문제를 논의한 뒤 의원직을 버릴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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