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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없는 제철소 … 물도 대부분 재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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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는 3만t과 5만t, 10만t, 20만t의 원자재를 실은 선박 4개가 동시에 나란히 접안할 수 있는 항만 시설을 갖추고 있다.

준공식이 열린 8일엔 호주에서 20만t의 철광석을 싣고 온 현대상선의 현대파이오니아 호가 하역 중이었다. 하역장 바로 앞까지 갔지만 비산 먼지나 시뻘건 철광석 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밀폐형 연속식 하역기가 배에서 철광석을 내려 곧바로 총 길이 37㎞로 이어지는 밀폐형 벨트 컨베이어에 재료를 실어 밀폐형 원료 처리설비와 밀폐형 원료저장 시설로 옮기기 때문이었다.

현대제철이 제철소로는 세계 최초로 도입한 밀폐형 원료처리 설비는 먼지와 소음을 줄이는 것은 물론 습기 노출을 줄여 품질을 높여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폐수 발생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이날도 야적장 바로 옆 어촌마을 성구미 포구에서는 고깃배 서너 대가 한가롭게 고기를 잡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고로 제철소에선 화학약품을 많이 뿌려 먼지를 잡는 방식으로 환경오염을 억제하지만 이곳은 밀폐형 설비 덕분에 그런 작업이 필요 없다.

야외 야드에는 원자재를 10~12m 높이로밖에 쌓을 수 없지만 밀폐형 내부시설에선 28~31m까지 적재하고 있었다. 이곳 당진 일관제철소 부지가 여의도의 2.5배인 739만㎡(224만 평)로 800만t 생산능력(2기 고로 완성 시점)에 비해 좁은데도 별문제 없는 것은 그린 설비가 한몫하고 있었다.

현대제철 이종인 전략기획실장은 “밀폐형 설비를 도입하느라 건설비는 4000억원이 더 들었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10년만 지나면 투자비를 회수하고도 오히려 운영비가 더 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만 포모사가 운영하는 화력발전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대만 발전소가 돔형 밀폐식 원료처리 설비를 먼저 도입했지만, 제철소로는 현대제철이 최초다.

이곳에는 밀폐형 원료처리 설비 외에도 에너지를 절감하는 각종 최신 설비들이 도입됐다. 철강산업 특성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지만 당진 일관제철소는 필요한 전력과 물을 대부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녹색경영을 하고 있었다. 철강을 생산하는 과정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에너지와 물이 쓰인다.

그러나 최대한 에너지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그린 제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고로 등에서 나온 부생가스는 100% 회수해 발전용과 조업용 에너지로 쓴다. 2기까지 완성돼 800만t 생산체제를 갖추면 전체 필요 전력량 중 80%를 자체 조달하게 된다. 제철 공정에 사용한 용수는 공장마다 설치된 폐수처리설비에서 1차 처리해 90% 이상을 재활용한다.

당진=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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