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사 참배후 "반전 담화' 발표 검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8월 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고 '평화와 반전(反戰)' 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4일 보도했다.

또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의 신사 참배 원칙을 공식 결정하는 등 고이즈미의 참배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고 전했다.

고이즈미가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은 일본의 과거를 반성하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신사 참배에 대한 국내와 한국.중국 등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995년 종전기념일에 발표한 담화문을 기초로 고이즈미의 담화문을 만들려 하고 있다.

무라야마는 당시 "일본의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국가에 엄청난 손해.고통을 끼친 데 대해 통절히 반성하고 있으며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 고 말했다.

아사히는 그러나 "담화문에는 사죄의 표현이 다시 들어가겠지만 일본 정부는 보상문제 등으로 번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문안을 만들 계획" 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의 참배와 관련한 사전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참배 원칙으로 ▶관용차를 사용한다▶접수장에는 '내각총리대신' 이라고 적는다▶다른 각료들은 함께 참배하지 않는다 등이 정해졌다.

언론이 공인과 개인 중 어느 입장에서 참배했느냐고 질문할 경우에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는 방식으로 논란을 피해나가기로 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고이즈미는 신도(神道) 행사 차원에서 참배하지 않음으로써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규정을 지킨다는 생각" 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의 관용차 사용에 대해 경비상 이유일 뿐이지 공식참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했다. 총리로서의 공식참배이면서도 온갖 수사를 동원해 최대한 논란거리를 줄이자는 것이 일본 정부의 속셈인 것이다.

그러나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공용차 대신 개인 승용차를 이용할 것" 을 요구하고 있는 등 일본 내에서도 공식참배 형식에 대한 반대여론이 많고 한국.중국은 참배 자체에 반발하고 있어 마찰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