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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오바마 핵정책 직시하면 핵 포기가 정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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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과 이란이 고민 좀 하게 생겼다.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잠재적 핵공격 대상에서 두 나라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못을 박은 것이다. 핵무기가 미국의 핵공격을 억지하는 자위(自衛)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망상(妄想)’을 버리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당근도 제시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해 비확산 의무를 이행한다면 핵의 위협으로부터 영원한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두 나라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절대 핵무기로는 보복하지 않겠다는 과감한 약속까지 했다. “욕심을 버리면 자유를 얻는다”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에서 두 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때가 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핵정책 방향을 담은 ‘2010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원대한 이상과 핵 확산 및 핵 테러리즘의 위험이 점증하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은 결과로 평가된다. 1년여에 걸친 준비 끝에 그제 발표된 보고서의 핵심은 ‘핵공격의 제한적 포기 선언’이다. 보고서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근본적 목적을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 억지로 규정하고, NPT 회원국으로서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보유국에 대해서는 핵공격이나 핵위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NPT에서 탈퇴해 핵을 개발한 북한이나 NPT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는 이란 같은 나라는 예외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에 대해서만큼은 ‘극단적 상황’에서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핵 개발을 포기하고, NPT 체제로 돌아와 핵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라는 것이다. 핵무기는 체제의 안전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아니라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비수임이 분명해진 만큼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현명한 선택이다.

미국이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고, 핵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비확산과 핵테러 차단에 둔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신형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러시아와의 추가 핵감축 협상,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등을 추진키로 한 것은 미국이 모범을 보임으로써 비확산을 추동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미·러 전략핵무기 감축협정이 타결된 데 이어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강력한 비확산 의지를 보여준 만큼 다음주 워싱턴에서 열릴 47개국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핵물질 관리 강화와 핵테러 방지와 관련해 구체적 성과가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의 역할 축소에 따른 한국 등 동맹국들의 핵우산 약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확장억지력의 변함없는 제공 방침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보고서에서도 이 점을 명시했다. 우려가 없지 않았던 사안인 만큼 다행이다. 다만 미사일방어(MD)와 향상된 재래식 전력을 포함한 포괄적 접근방식으로 확장억지력을 제공할 방침이라지만, 이를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여전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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