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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사립학교법 개정안' 위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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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공방이 위헌 여부논란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사학단체들은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즉시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고, 전경련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쟁점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는 헌법학자와 변호사 등 6명을 상대로 사학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리 구했다.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이끌어냈던 이석연 변호사는 "사학법 개정안은 헌법에 명백하게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사학법인연합회에서 법 개정시 헌법소원 등 법률적 대응을 의뢰받은 상태다. 이 변호사는 "검토를 다 끝내지 않았지만 개정안은 우리 헌법의 근간인 사적 자치의 원리뿐 아니라 학교법인의 재산권, 교육의 자율성.전문성 등 헌법적 가치를 두루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과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정안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사학의 공공성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라며 "개정안은 위헌성을 따질 여지가 없으며 사학단체들의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렇게 양쪽의 의견이 맞서고 있어 개정안이 마련된 근본적인 원인과 교육현장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해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 이래서 위헌이다=위헌을 주장한 학자.변호사들은 사학마다 여건이 다른데도 학교 운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개방형 이사제의 경우 사학의 학교 운영권을 제한, 교육 현장을 획일화한다는 점에서 학교법인의 사적 자치권과 재산권은 물론 학생.학부모의 교육받을 권리까지 침해한다"고 말했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사학은 학교법인의 사유 재산"이라며 "개정안은 이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개정안의 개방형 이사제를 풀이하면 개인이 집을 팔 때 자신과 가족 외에 이웃사람의 의견도 반드시 들으라는 것과 같다"며 "이는 사학을 학교법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사회에 공여된 공공재산으로 보는 것이므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제철웅 한양대 교수는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개정안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개방형 이사제는 이사 구성원의 3분의 1을 피고용자인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도록 했는데 이는 헌법 제37조 2항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 지켜야 하는 '비례 원칙'을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래서 합헌이다=교육의 공공성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우리 헌법이 공공 복리 등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게 하므로 위헌성이 없다고 본다.

전학선 단국대 교수는 "사학의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이사 정원의 3분의 1을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게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히 헌법재판소가 2001년 11월 29일 내린 결정(2000헌마278)에서 "사립학교가 공교육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국.공립학교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라고 판단한 것은 사학의 공공성을 인정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학교 운영상 중요한 내용은 이사회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며 "개정안이 도입돼도 사학의 건학 이념을 구현할 틀은 보장돼 있으므로 설립자의 교육권이나 학교법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대현 변호사는 "개정안의 위헌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학교법인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무조건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정한 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치열한 법적 공방 예고=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모두 ▶사학이 학교법인의 사유재산인 점▶사학이 교육에 대한 자율성.전문성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또 이런 권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같았다. 그런데도 의견이 엇갈린 것은 교육의 공공성과 사학의 자율성 중 어느 쪽을 중시하느냐에 따라서였다.

사학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한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측은 위헌성이 없다고 봤지만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사학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본 측은 위헌성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문제는 공공성과 자율성의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면 격렬한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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