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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기] 오건교의 공적 자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오장섭(吳長燮)건설교통부 장관이 3일로 취임 1백일째를 맞았다.

건교부는 이날 '吳장관 취임 1백일 주요 업무 추진' 이라는 보도 참고 자료를 냈다. 건교부 보도자료는 분량도 30여페이지에 달했다. 취임 이후 건교부에서 결정하거나 행해진 일들을 일지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 보도자료는 吳장관의 대표적 치적으로 인천국제공항 개항을 꼽았다. 그러나 그는 인천공항 개항 꼭 3일 전에 장관에 취임했다. 그때는 탈 많았던 수하물처리시스템(BHS)문제나 신공항고속도로 통행료 할인문제도 이미 다 가닥을 잡은 뒤였다. 그가 큰 역할을 할 여지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자료에서는 "吳장관이 전직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고 적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앞서 밤을 새우며 고생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는 없는 채 공적 자랑을 한 것은 좀 지나치다" 고 꼬집었다.

보도자료는 또한 최근 건교부 실무선에서 추진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사항조차 추진이 거의 완료된 것처럼 적고 있다. 항공업의 노동법상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이나 항공사 파업방지 대책 등이 그것이다. 일부 국내 항공사의 요일별 탄력운임제 도입 등 민간기업의 활동사항까지 장관의 업적으로 올라 있다.

물론 장관으로서 1백일 동안 나름대로 했던 바를 최대한 소개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정치인이란 점을 헤아려 주고도 싶다. 吳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역시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吳장관으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그를 둘러싼 얘기들은 많이 있다. 변칙 재산증여, 건설사 경영 시절 공사 수주 특혜의혹 등이다. 그것에 관해서 吳장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취임 1백일을 맞은 마당에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랑이라도 하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다. 吳장관이 자신을 낮추며 일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강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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