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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향 연주수준·활동영역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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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달 29일 대전 유성구 과학공원 내 엑스포아트홀.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이 대전시향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베 게이코의 '길' , 앨런 호바네스의 '일본 목판화의 환상' ,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5번' 등 20세기 작품만으로 꾸며진 다소 어려운 프로그램이었지만 마림바가 들려주는 색다른 음색에다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해설에 흥미진진한 표정들이었다. 연주에 임하는 단원들의 표정들도 자못 진지했다.

예일대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 중인 함신익(43)씨가 올해 초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후 대전시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시민에게 사랑받는 오케스트라가 되면 자연히 시당국의 지원이 뒤따를 것이란 공감대가 싹트고 있는 것이다.

"곡목과 협연자를 정하고 연습한 다음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는 것으로 음악감독의 임무가 끝나면 안되죠. 아웃리치(음악을 통한 지역사회 봉사)와 마케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

올해 16주 동안 대전에 체류하는 함씨는 시민과 함께 호흡한다는 뜻으로 이곳에 작은 오피스텔을 마련했다.

"호텔에 있으면 빨리 떠나고 싶잖아요. 짧은 기간이나마 전화요금도 내고 쇼핑도 하면서 대전시민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마련했어요. "

함씨는 최근 대전 치과의사협회가 협찬한 치아건강을 위한 공익광고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시향의 특별공연 제작비도 마련하고 시민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지휘자는 교향악단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얼굴' 이기 때문이다.

1년치 공연 일정을 담은 포켓북을 발행하고, 연간 7회의 정기연주회와 가족음악회.청소년음악회.시즌 콘서트 등 기획공연을 MBC에서 녹화 중계하고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정기 연주회도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브라이언 간츠, 바이올리니스트 캐서린 조.백주영, 호른주자 윌리엄 퍼비스 등 내로라 하는 정상급 연주자를 협연자로 초청해 '매스터 시리즈' 로 이름을 붙였다. 이들 협연자는 단원들에 대한 매스터클래스도 실시해 연주기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어린이 음악회는 물론 단원들로 실내악단을 결성해 유치원 등 각급 학교에 찾아가는 음악회도 25회나 열었다. 단원 친목을 위해 충남교향악단과 축구시합을 해 3대1로 이겼고 가족초청 파티도 열었다.

덕분에 취임 6개월 만에 대전시향 정기회원(연회비 3만원)이 3백명으로 늘어났다. 젊고 실력있는 연주자들에게 입단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최근 부지휘자를 오디션으로 선발했고 KBS교향악단 악장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윤수영(경북대)교수를 악장으로 영입했다.

현재 정기연주회는 엑스포아트홀과 충남대 국제문화회관, 청소년음악회는 우송예술회관.평송청소년수련원에서 열고 있다. 내년엔 서구 둔산동에 개관하는 대전종합예술의전당(1천8백석)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대전시향은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청소년음악회 '함신익의 오케스트라 게임' 으로 서울 관객과 만난다. 함씨가 99년 KBS교향악단 청소년음악회에서 국내 초연해 화제를 모았던 그레고리 스미스의 '오케스트라 게임(악기의 올림픽)' 과 함께 전래 놀이를 음악화한 '놀이 모음곡' (조상욱 작곡.초연)을 해설을 곁들여 들려준다. 02-598-8277.

대전=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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