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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추징 850억에 대한 중앙일보 입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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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세청이 발표한 언론사별 추징세액은 아직은 어디까지나 국세청의 '주장' 이다. ㈜중앙일보사와 계열기업 등에 대해 추징하겠다고 발표한 세금 8백50억원도 그대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일보사는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아 내야 할 세금과 그렇지 않은 세금을 가릴 것이다. 이에 앞서 우선 중앙일보사는 8백50억원의 추징세액 가운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추려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이번에 통보된 국세청 추징 항목을 자세히 뜯어보면 국세청이 추징세액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이 보인다.

세금추징 대상의 대부분이 소득을 누락 시킨데 대한 게 아니라 관행적으로 인정돼온 각종 경비를 무시하고 세금을 매긴 것이다.

◇ 판촉용 무가지(無價紙)를 접대비로 간주=우선 국세청이 중앙일보에서 추징할 세금 8백50억원 중 2백80억원 정도가 신문 판촉활동에 쓰이는 무가지에 대한 과세다.

이는 중앙일보 전체 추징세액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신문업계가 내부적으로 약속한 무가지 비율(전체 발행부수의 20%)을 넘어서는 부수에 대해선 접대비로 간주해 세금을 매겼다는 게 국세청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세금 부과는 반드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대구대 전용덕(경제통상학부)교수는 "국세청이 이번에 신문사의 무가지에 대해 부과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다" 며 "국세청은 예규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고 하지만 법률에 의해 위임을 받지 않았으므로 법적인 효력이 없다" 고 지적했다.

또 1994년 국세청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당시엔 무가지에 대해 전혀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사전경고 한번 없이 그 뒤 5년치를 한꺼번에 몰아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 자회사 영업권을 과대 평가=중앙일보는 외환위기 직후 기사 및 인물 정보를 취급하는 사내 부서를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당시 이 자회사의 자산은 장부가액 기준으로 7억원. 매출액도 적고 이익도 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 자회사의 영업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을 원래 자산가치의 20배 정도로 평가해 83억원의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다.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자회사에 대해 '인터넷 거품' 이 한창이던 때의 평가 기준을 잣대로 세금을 매긴 것이다.

국세청도 이 회사의 영업권 평가에 대해 인터넷 열풍이 불던 99년 다른 언론사의 인터넷 기업을 평가했던 기준에 따라 자산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 수익을 내거나 매각되지도 않은 이 회사의 영업권에 대해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중앙일보의 주장이다.

◇ 관행적으로 인정돼온 경비도 과세=국세청은 중앙일보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95년에서 96년으로 넘어온 판매비를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어 76억원을 추징한다고 통보해 왔다. 그러나 96년으로 넘긴 판매비를 기준으로 이미 세금을 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다시 추징을 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게 중앙일보의 주장이다.

국세청은 광고 영업을 위한 영업비 및 주로 직원 회식비로 쓰이는 회의비에 대해서도 이를 경비로 보지 않고 접대비로 간주해 세금 추징 대상에 포함시켰다.

회의비 같은 경우는 일반 기업에서도 조직을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비용으로 대부분 인정되고 있는 부분이다.

또 책을 출판할 때 광고주들에게 판촉용으로 돌리거나 사내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기증도서에 대해서도 이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세금 추징대상에 넣었다.

판매지국에 신문을 판매한 뒤 영수증을 교부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신문사 지국이 사업자등록증도 없을 정도로 영세하다는 현실을 전혀 무시한 것으로 이번 세무조사가 얼마나 사소한 부분까지 털어냈는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 부외(簿外)자금도 성격에 따라 달라=국세청은 중앙일보가 명의신탁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던 관련회사 주식을 통해 23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부분에 대해 법인세 20억원을 탈루했다며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일반적으로 비자금이란 기업의 자금을 사주가 빼돌려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중앙일보가 고발당한 부외자금은 말 그대로 장부에 계상하지 않은 자금일 뿐 사주의 사적 용도로 사용되진 않았다.

국세청이 밝힌 사용내역을 보더라도 외부 인사 스카우트비 및 퇴사직원에 대한 추가 퇴직금으로 쓰여졌고 나머지는 예금이나 자회사 주식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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