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따른 '리모델링 프리미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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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리모델링 증축 규제 강도가 입법예고안보다 약해짐에 따라 얼어붙었던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온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6개월 가까이 끌어온 리모델링 규제 논란은 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업계는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놓았던 일손을 다시 잡았고 멈칫거리던 단지들도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래 없던 증축 범위 제한이 생겼기 때문에 시장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소형 평형 완화 효과 '톡톡'=전용면적의 30%(최대 9평)까지로 규제가 덜해 특히 소형 평형의 리모델링 여건이 나아졌다. 20%(최대 7.6평) 이내의 당초 정부계획대로라면 10~20평형대는 불과 서너 평밖에 늘리지 못해 리모델링을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인 최대 30%를 적용하면 6평 정도까지 확장이 가능해져 증축효과가 50%가량 커진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도 리모델링의 길이 열렸다. 지난 9월 입법예고 때는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의 리모델링을 금지하면서 금지대상이 모호했으나 이번에는 구조 안전에 문제가 있는 단지로 제한 기준이 분명해졌다.

건물이나 시설이 낡았지만 단지 내 공유지.사유지나 고도 제한 등으로 재건축하기 어려운 단지는 제한규정이 완화되기 때문에 쉽게 리모델링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 공사비를 평당(전용면적) 330만원으로, 집값을 평당(강남권, 전용면적) 1500만~1600만원으로 잡고 사업성을 따져본 결과 증축범위가 20%까지일 때는 모두 손해였지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중소형 단지는 흑자로 추정됐다.

개별 단지에 따라 공사비.집값 등이 다르고 리모델링 뒤 새 집이 된 데 따른 평당 시세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아 이 같은 비교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리모델링 사업성이 전체적으로 좋아진 것은 확실한 셈이다.

평형별로는 30평형대에 리모델링 프리미엄이 가장 많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당 공사비는 같은데 늘어나는 면적크기와 비율에서 증축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 시장 활성화 '제한'전망=사업을 중단한 업체나 단지들은 다시 서두른다. 10평 넘게 증축계획을 세웠던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의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주성종 차장은 "주민들이 20%면 어렵다는 반응이어서 사업을 포기할 판이었는데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말했다.

SK건설 관계자는 "강남구 도곡동 삼호아파트의 리모델링 설계를 정부의 20% 제한에 맞췄는데 넓혀 다시 설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20% 제한을 초과해 증축하려는 서초구 방배동 궁전은 최종 행위허가를 무난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27~46평형을 8~12평 넓힐 계획이다. 쌍용건설 양영규 과장은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한 다른 단지들의 건축심의도 곧 낼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하다 주춤하던 아파트 추진위들도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동의 확보를 서두를 계획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추진위 관계자는 "사업성이 나아져 주민동의를 얻기가 무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할 경우 용적률 제한과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 등의 적용을 받는 중고층 단지들도 잇따라 리모델링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약세를 보이던 리모델링 단지들의 가격도 다소 회복될 것으로 중개업소들은 내다본다. 강남구 신영공인 오흥선 사장은 "20% 증축 제한 발표 이후 끊겼던 문의가 늘 것"이라며 "그러나 주택경기가 위축돼 있어 가격이 들썩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모델링 시장이 규제방침 전 수준의 활기를 되찾기는 어려워보인다. 20%에서 30%로 완화되더라도 여러 평형이 섞여있는 단지나 동의 경우 평형 간 이해가 엇갈려 리모델링에 필요한 주민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평형인 단지의 경우 대형 평형은 증축효과가 크지 않아 리모델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미지수다.

증축이 제한돼 공사비 이상의 시세 상승 기대치가 줄어들어 평당 집값이 상당히 비싼 지역에서만 사업성이 나오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지역적으로 확산하기도 어렵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연구원은 "리모델링이 다시 활발해지더라도 과열 양상까지 달아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가격 상승보다 주거 여건 개선을 목표로 한 실수요 위주의 리모델링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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