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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전자카드 시대' 성큼 다가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7면

딸에게 준 용돈 3만원, 아침에 탄 지하철 요금 6백50원, 출근해서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 2백원, 점심에 먹은 우동 값 4천원, 오후에 인터넷에서 유료 컨텐츠를 다운받은 비용 8백원, 집에 가는 길에 탄 택시요금 7천5백원….

회사원 金모씨가 하루동안 지불한 돈이다. 인터넷 비용은 신용카드로 결제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현금을 사용하다보니 얼마를 썼는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곧 이같은 불편이 없어지게 될 전망이다. 종이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현금을 대체할 '전자화폐' 시대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 전자화폐란=돈을 IC(집적회로)카드나 PC에 저장해놓고 사용하는 것이다. IC 칩이 내장된 카드나 PC 등에 화폐가치를 전자적으로 저장했다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살 때 사용하는 전자결제수단이다. 크게 IC카드형과 네트워크형으로 나뉜다.

네트워크형은 거래은행과 접속되는 PC 또는 인터넷상의 가상지갑 등에 화폐가치를 저장했다가 대금결제 때 돈(화폐가치)을 넘겨주는 형식이다. 인터넷 상거래가 늘면서 네트워크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IC카드형은 연결계좌에서 일정한 금액을 충전받아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지만 실생활의 모든 소액결제에 이용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한번에 20만원까지만 충전받을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1회 충전한도가 50만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현금이나 수표를 내지 않는 점은 신용카드와 비슷하다. 그러나 IC칩에 신용카드는 물론 교통카드와 신분증.전자인증서 등 여러가지 기능을 담거나 뺄 수 있고 한 카드에 여러나라의 통화를 저장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 신용카드를 쓰기 어려운 소액 결제에 주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 발급이 안되는 청소년들도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 현금사용의 20% 정도가 10달러 미만의 소액결제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전체 소비지출 3백조원의 20%인 60조원이 소액결제 금액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2005년까지는 소액결제의 10%인 6조원 정도가 전자화폐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진행상황=세계적으로 아직 전자화폐는 도입단계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 신용카드 시장의 양대산맥인 비자와 마스터가 2005년부터는 모든 신용카드를 IC칩형으로만 발급할 계획이어서 빠른 시일 안에 보편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코엑스몰에서 시범적으로 IC칩형 전자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몬덱스코리아가 상용화를 선언하고 PC방과 편의점, 개인택시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비자카드 계열의 비자캐시,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이 주축인 K캐시, 부산의 마이비, 카드사들 중심의 A캐시도 곧 시범사업을 마치고 상용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각축중인 5개 전자화폐 회사들은 올해 7백50만장의 전자화폐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자화폐 회사들은 교통카드 기능을 내세워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종이로 된 건강카드를 IC칩이 내장된 플라스틱 카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전자화폐 보급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없나=가장 큰 문제는 호환성과 표준화 문제다. 현재 5개 회사들이 나름대로의 기술과 계획을 내세워 제각각 전자화폐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서로 호환이 안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국민들이 5개의 카드를 들고 다녀야 할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프라 구축도 큰 장애물이다. 전자화폐가 현금을 대체하려면 현금을 사용하고 있는 모든 곳에 전자화폐 판독기가 보급되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자판기에서 전자화폐를 사용하려면 모든 자판기를 바꿔야 하는 식이다. 만약 어느 곳에서는 전자화폐를 쓸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쓸 수 없다면 비상용 현금을 늘 갖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전자화폐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또 씨티은행이 전자화폐 관련 사업모델에 대해 국내 특허를 받을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해 로얄티 지급 문제도 전자화폐 보급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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