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은 어떻게…] 해·공 합동 나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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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12일 낮 12시쯤 부산에서 남동쪽으로 40㎞ 떨어진 해상에서 조업하던 81t급 우리 어선이 일본 경비함에 나포됐다.

허가를 받고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던 선장과 선원들은 "부당한 나포" 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일본측은 "배에 비치해야 할 서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는 관련규정을 내보이며 항의를 무시했다. 결국 10만엔(1백만원)을 물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 어선이 나포된 지 11시간 뒤 비슷한 지점에서 일본 경비함은 3백t급의 우리 어선을 몇시간 검문.검색한 뒤 "조업일지를 부실하게 기록했다" 는 이유로 나포했다. 이 어선은 50만엔(5백3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일본은 1999년 1월 한.일 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우리 어선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경미한 위반사안만 발견돼도 나포해 가차없이 벌금을 물린다.

이상부 해경 경비구난국장은 "EEZ선을 1㎞만 침범해도 공중과 해상에서 입체작전을 펴 나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심이 가면 5~7시간 검문.검색하는 게 보통" 이라고 말했다.

99년 이후 일본에 붙잡힌 우리 어선은 62척. 96~98년 34척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우리 어선이 낸 벌금액 역시 98년 55만엔(5백80만원)에서 99년 3천3백만엔(3억5천만원)으로 60배로 불어났다.

94년 유엔해양협약이 발효돼 2백해리 EEZ를 선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자 우리의 해양경찰청과 비슷한 일본의 해상보안청은 초계기.헬기.함정을 보강했다.

동해와 동중국해 경비를 차질없이 수행할 정도로 장비.인력을 갖춘 뒤 한국.중국과 어업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선 것이다.

현재 일본이 보유한 해양경비용 항공기는 73대. 초계기를 포함한 비행기가 29대, 헬기는 44대다. 폭풍주의보가 내려져도 활동할 수 있는 1천t급 이상 대형함정은 50척, 5백t급 이하의 함정은 5백19척이다.

중국 역시 한.일과 어업협정을 맺기 전인 96년 공안부 산하에 20만명 규모의 해양순찰군을 창설했다.

보유 중인 항공기 대수나 함정 규모 등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순찰군에 배속된 인원으로 미뤄 일본의 경비력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국들이 이처럼 발빠르게 움직인 데 반해 우리의 대비책은 늦고도 허술하다.

지난해 1천5백t급 함정 한척을 늘린 데 이어 올해 3천t급 두척과 5천t급 한척을 건조 중이다. 올해 말에는 초계기 한대를 외국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EEZ를 침범하는 외국 어선을 검문.검색하는 것은 고사하고 EEZ 밖으로 밀어내기도 힘든 실정이다.

기획취재팀=이규연.김기찬.이상복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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