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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상남5일장' 폐쇄 첨예 대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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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남 창원의 명물 '상남 5일장'을 창원시가 오는 29일부터 강제로 폐쇄하려 하자 노점상들이 반발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창원시는 노점상의 도로 점거,쓰레기 투기,교통 방해,불법 주차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아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5일 장이 서던 토월동 ·외동 ·용지동 등을 상남 상업지역으로 재개발하면서 이곳의 노점상을 위해 지난 2월 상남재래시장을 개장했기 때문에 계속 장사하는 노점상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남 재래시장 상인들도 "재래시장 장사로 피해가 많다"며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29일부터 1천여 명의 공무원과 경찰을 동원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방침이어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노점상들이 강경하게 반발할 경우 자칫 불상사도 우려된다.

◇창원시=상남 5일장을 폐쇄하는 시 조례가 28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법의 엄격한 집행을 위해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5일 장이 서는 토월동 대동아파트 앞 단독주택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도 단속의 한 원인이 되고있다.창원시 홈페이지에도 단속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 오르고 있다.간선도로를 잇는 주요 도로 4곳을 7백m 정도 점거,원활한 교통소통을 막는 것도 단속의 이유이다.

도로법(47조)은 물건을 도로에 진열하는 행위를 단속할 정도로 엄격하지만 시가 그동안 노점상의 생계를 위해 잠정 허용해 왔다.

하지만 노점상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5일 장이 파한 뒤 나오는 10여t의 쓰레기를 시가 더 이상 예산을 들여 치우기 어렵다는 것이다.특히 생선 노점상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오수는 악취가 심해 민원의 주 대상이 되고있다.

현재의 노점상은 대부분 외지인이어서 외지인까지 시가 보호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받아왔다.

◇노점상=대부분의 실직 등으로 거리로 나온 노점상들은 "막무가내로 폐쇄할 것이 아니라 노는 시부지 등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노점상조차 못하게 하면 도둑질을 하란 말이냐"며 반발하는 상인도 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교통 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로 일부를 점거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노점상들은 "세계 어느 도시에도 노점상들은 있다"며 "상남재래시장과 노점상들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모색해 보자"고 제의해놓고 있다.

7백여명 노점상들로 구성된 송림친목회 김점동(金点東 ·37)회장은 "노점상 규모를 축소해 교통 소통 ·쓰레기 문제 등을 해결하면 싸고 신선한 물건을 창원시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며 "살길을 찾아주고 단속하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상남재래시장=1986년 상남상업지역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상남 5일 장터에 있던 상인 5백88명(점포 주인 ·임대 상인 ·장옥 소유주)은 상남 재래시장으로 입주했다.

상남시장은 부지 5천8백 평에 연면적 7천3백 평(지상 3층)규모로 3백86억원을 들여 지난 2월 준공했다.점포수는 원래 노점상에 맞춰 5백88개로 지었으며 평당 5백75만원에 분양했다.

50여명 만 입주하지 않았을 뿐 대부분 입주했기 때문에 현재 노점상들은 정통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상남 5일장이 철거되면 재래시장 통로 등에 2백여명의 노점상들을 유치할 계획이다.창원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20만원 정도의 보증금만 받고 공정하게 선발할 방침이다.

상남재래시장 번영회 이행열(李行烈 ·52)사무장은 "시의 확인을 거쳐 재래시장에 입주한 원래 노점상들이 불법 노점상 때문에 영업에 지장을 받는 현실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남 5일장=4,9일마다 창원시 토월동 대동아파트 앞 도로변에 열리는 도심 5일 장.1920년께 형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규모도 성남 모란장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크다.

창원 중심가인 토월동 ·외동 ·용지동 등을 중심으로 형성됐다.계획도시 창원의 이미지와는 달리 창원의 마지막 원주민 마을에 형성되는 5일 장이어서 독특한 분위기로 창원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가격이 싼데다 신선한 상품이 풍부해 창원지역 주부들은 장날을 기다릴 정도였다.요즈음도 장날만 되면 유치원 어린이들까지 현장 학습하러 온다.

IMF와 경기침체로 생계형 노점상이 급격히 늘어나 상인이 많을 때는 2천여 명을 헤아린다.

원래 5일 장터가 상남상업지구로 편입되면서 시가 99년 11월 근처의 임시 가설시장으로 옮겼다가 지난 2월 상남 재래시장이 준공되자 철거방침을 확정하고 시기를 저울질 해 왔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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