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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 "행복은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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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늑대의 꿈
장 마리 로빌라이드 글,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김주경 옮김, 베틀북, 32쪽, 9000원, 유아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
마인데르트 드용 글, 짐 맥뭘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80쪽, 6500원, 초등 3학년부터

내 곁에 존재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아빠·엄마·친구·선생님 등이 그럴 것이다. ‘엄마는 당연히 나를 보살피고 사랑해 줘야 하는 존재고, 친구들은 언제든 나와 재미있게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치 공기처럼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느낄 겨를조차 없다. 하지만 여기 조금 다른 상황에 놓인 동물들의 이야기가 있다.

『회색 늑대의 꿈』의 주인공 회색 늑대가 사는 동화 속 세계는 황량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다녀 봐도 예쁜 꽃 하나, 귀여운 새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잎이 다 떨어진 검은 나무들 뿐이다. 이 때문에 회색 늑대는 다른 이야기 속 늑대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빨간 모자를 쓴 여자 아이를 쫓아다니는 갈색 늑대나 아기돼지 삼형제가 지은 집들을 무너뜨리는 재미가 쏠쏠한 검은 늑대, 일곱 마리 아기염소를 속이려 엄마로 변장하기 바쁜 하얀 늑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찾아가 봐도 “아니, 어떻게 염소도, 돼지도 없는 이야기 책이 있을 수 있지?”라며 돌아서버린다.
『일곱 번째 새끼 고양이』의 고양이도 비슷한 처지다. 온통 개장으로 가득한 헛간 구석에서 태어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형제 중 막내로 덩치도 작고 힘도 없다. 맛있는 젖도 모두 형들 차지다. 때문에 이 새끼 고양이의 소원은 한번 따뜻한 곳에서 배부르게 젖을 먹어보는 것이다.

이야기 속 회색 늑대와 새끼 고양이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얻기 위해 갖은 고생을 겪는다. 늑대는 다른 동물들이 찾고 싶어할 만한 푸른 숲을 가꾸기 위해 발로 일일이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고, 햇빛과 구름을 불러와야 했다. 새끼 고양이는 거친 세상 밖으로 나가 여섯 채의 집과 여섯 개의 마당을 거치는 모험을 벌인 끝에야 주인 아저씨와 자상한 늙은 개를 만나게 된다.
물론 현실은 풍요롭다. 그러나 부족함이 없으므로 자신에게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또 무엇을 바라고 있고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모르는‘정신의 결핍’에 빠진 아이들이 많은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런 때‘뭔가 부족한 이야기’가 약이 되지 않을까.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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