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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위 세무조사 치열한 공방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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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 국회 재경위에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휘한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이 나왔다.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 "조사 성격이 뭐냐"

▶나오연(羅午淵.한나라당)=언론사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조사를 받는 게 당연하지만, 이번 조사는 분명히 세무조사권이 남용됐다. 조사 강도가 범칙조사와 다를 바 없다. 국세청이 독자적으로 이런 조사를 결정할 수 없다. 누구 지시에 의해 조사가 이뤄졌나.

▶安청장=청장으로 온 뒤 사회 지도층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다. 언론사에 문제가 많다는 첩보가 많았다. 이에 자료를 분석해 보니 문제점이 발견됐다. 지난 1월 간부들과 협의해 언론사 조사를 결정했다.

▶나오연=본청에서 서울국세청에 조사를 지시했나. 청장이 어느 곳에서도 지시받은 적이 없나. 지금 거짓말해도 언젠가는 이런 비밀은 밝혀진다.

▶安청장=분명히 독자적으로 조사했다.

▶나오연=사실은 중.동.조(중앙.동아.조선) '빅3' 가 대상이었는데 세곳만 하면 말이 나오니 나머지도 끼워넣어 조사한 것 아니냐.

▶安청장=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니다. 모든 언론사를 동일 잣대로 법과 원칙에 의해 조사했다.

▶나오연=설득력이 없다. 세무조사는 무작위조사가 원칙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 조사 건수가 전체 기업수의 2.7%에 불과하다. 그런데 중앙언론사는 어떻게 1백%가 대상이 될 수 있나.

▶安청장=두곳 제외하고 대상 언론사의 외형 자산이 모두 1백억원이 넘는다.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할 수 없어 형평성 문제 때문에 전부 다 했다. 그 중 어떤 언론사는 10년이 넘게 조사받지 않은 곳도 있었다.

▶심규섭(沈奎燮.민주당)=언론사 사주와 간부의 금융거래 내역까지 조사했다는데 이를 일반조사라 할 수 있나.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安청장=이번 조사는 일반 법인세뿐 아니라 사주에 대한 조사도 했다. 조사하다 보니 문제점이 나왔고 덮고 넘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안택수(安澤秀.한나라당)=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눈에 거슬리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비판을 놔둘 수 없다는 두가지 필요에 의해 세무조사를 한 것이다. 조사의 책임 3분의 2는 권력핵심에 있다. 국세청장을 하수인으로 선택한 것이다. 언론사 조사를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安청장=그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적어도 5년에 한번은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김동욱(金東旭.한나라당)=국세청과 공정위의 조사가 이 정권의 '언론장악문건' 과 일치한다. 상부의 지시에 따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

▶安청장=시나리오가 뭔지도 모르고, 지시받은 적도 없다.

▶김동욱=청와대와 언론사간의 타협설이 벌써 나돌고 있다.

▶安청장=내가 국세청장으로 있는 한 어떤 경우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 "검찰 고발 대상 누군가"

▶나오연=고발대상이 드러난 게 있나.

▶安청장=검토하고 있다.

▶심규섭=6~7개사에 대해 고발을 검토한다는데 빅3가 포함돼 있나.

▶安청장=공개할 수 없다. 고발장이 접수되면 알게 될 것이다. 너무 신중한 문제여서 조심스럽게 법절차를 밟고 있다.

▶심규섭=그렇다면 고발 선정 기준은 뭐냐.

▶安청장=수익금 누락 등 탈세혐의가 대상이다.

▶심규섭=언제 고발할 것인가.

▶安청장=이른 시일 안에 하겠다.

▶강운태(姜雲太.민주당)=현재 추징금액 통보가 안된 회사는 고발될 가능성이 있는가.

▶安청장=그렇다.

▶강운태=개별적으로 고발할 것인가, 아니면 일괄해 할 것인가

▶安청장=일괄해 할 것이다.

▶안택수=현재 몇개사에 대해 통보하지 않았는가.

▶安청장=7개 회사다.

▶강운태=탈세적발 부분이 대주주 개인소득인가. 탈루소득이 회사자금과 연관이 있나. 사내유보금이나 직원 상여금 등 회사에 놔둬야 할 돈이 대주주 개인에게 간 것도 있나.

▶安청장=회사돈을 유용한 경우도 있고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정의화(鄭義和.한나라당)=논설위원 등 회사 간부들까지 조사한 것은 문제가 아닌가.

▶安청장=조사를 받은 간부들은 왜 조사를 받았는지 스스로 알 것이다.

▶박주선(朴柱宣.민주당)=세금 포탈과 탈루 외에 회사 자금 횡령이나 배임 비리를 적발한 사실이 있나.

▶安청장=세법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검찰에 넘어가면 배임 또는 횡령이 가려질 것이다.

▶박주선=비자금 계좌가 발견된 언론사가 있나.

▶安청장=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 "추징액 부풀리기 흔적 있다"

▶나오연=조사 실적이 없으면 청장이 팀장들을 직접 불러 독려했다는데.

▶安청장=사실이 아니다. 반장들을 한번도 부른 적 없다.

▶나오연=부풀리기 흔적이 보인다.

▶安청장=처음에 언론사에 대한 투서나 진정 등을 접했을 때 사회 지도계층인 언론이 이렇게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조사에 들어가니 그런 내용들이 거의 맞아떨어졌다.

▶안택수=추징세액을 뻥튀기해 부풀렸다. 언론사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 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동욱=추징금이 평균 2백20억원, 특정 업체는 1천억원을 넘어선다는데 이를 다 내고도 언론사가 살아 남을 것으로 보는가.

▶安청장=언론사의 자산이나 외형을 감안할 때 이 정도 내더라도 충분히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본다.

◇ "무가지는 관행 아니냐"

▶나오연=이번 세금을 다 내고도 언론사들이 존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安청장=파산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심규섭=무가지에 대한 과세를 놓고 말이 많은데.

▶安청장=1996년 조사 때 무가지가 20%를 넘으면 안된다고 언론사에 통보한 바 있다. 접대비.사례비를 불문하고 일정 금액 이상 사용했을 때는 과세한다.

▶안택수=무가지, 지국 오토바이 구입비 등까지 모두 접대비로 계산했다는 것은 국세청의 큰 실수다. 추징세액 중 무가지 비율만도 6백88억원으로 전체의 14%에 달한다. 얼마나 뻥튀기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安청장=뻥튀기한 것 하나도 없다.

◇ "왜 개별 추징내역은 공개 안하나"

▶나오연=개별 사안을 제출할 수 있나. 국세기본법의 비밀유지조항(제81조)을 이유로 드는데, 국회 증언감정법 등에 의한 예외를 분명히 두고 있다.

▶安청장=그 문제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국민 사생활 보호가 더 우선이다. 공개할 수 없다.

▶심규섭=전체액 발표는 하면서 왜 개별 발표는 안하나.

▶安청장=총론 발표는 그동안에도 해왔다. 다만 개별 내용 발표는 금하고 있다. 야당도 지난 2월 2일 전체를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밀실야합의 의혹을 불식하려는 목적이다. 국세기본법에도 못밝히게 돼 있다. 다만 고발했을 경우에는 발표하는 게 국세청 관행이다. 개별 내용은 앞으로도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심규섭=과거 보광의 경우는 총액을 발표하지 않고 바로 고발했는데, 이번에는 왜 달라졌나.

▶安청장=총량치로 발표해 깎아주고, 흥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학규(孫鶴圭.한나라당)=전체 발표를 해놓고 일부사에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왜 협상의혹을 남기느냐.

▶安청장=누가 누구를 만난다는 등 온갖 소리가 다 나와, 그런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일괄 발표했다.

이수호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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