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의도된 노출…음료도 야해야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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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비트의 배경음이 깔리고 흰 블라우스 차림의 여성 옆으로 음료수 캔 뚜껑이 열리면서 음료가 튄다. 순간 터지듯이 블라우스 단추가 열리고 속옷상의가 노출되며 볼륨감 있는 가슴라인이 드러난다. 다시 한 캔을 따려니, 여자는 성급히 가슴을 가리며 옆으로 돌아선다.

롯데칠성이 지난달 초 선보인 에너지음료 '핫식스'의 무삭제판 광고다. '에너지! 난 힘을 얻었다(Energy! I've got the power)'라는 강렬한 카피가 남성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치마편 광고는 수위가 더 높다. 타이트한 지퍼치마를 입은 여성이 비스듬히 서있다 핫식스캔이 따지자 음료가 치마로 튀겨지고 치마밑단의 지퍼가 찢어지듯이 골반까지 순식간에 올라간다. 결국 방송광고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수위를 낮춰 공중파를 타고 있다. 블라우스편은 속옷상의 노출이 사라졌고, 치마편은 치마 지퍼가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다가 캔이 따지자 허벅지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시선을 끈 광고 덕인지 핫식스는 출시 한 달 만에 20억 원어치가 팔렸다. 아직 성수기가 아닌데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다. 치마편과 블라우스편, 남성모델을 내세운 초콜릿복근편에 이어 후속 광고도 내달 선보일 계획이다. 눕혀져 있는 핫식스캔이 여자가 잡으려하자 벌떡 일어선다는 내용이다. 신규광고에서는 TV와 극장, 온라인 등 매체에 따라 노출수위가 차별화된다.

음료업계와 소비자들은 롯데칠성의 파격적인 섹시 광고에 수위조절이 필요하지만 일단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주류광고나 속옷, 자동차 광고가 섹시컨셉으로 제작된 적은 있지만 음료시장에서 과감한 노출광고가 제작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동서식품이 맥심 TOP 광고에서 신민아와 원빈의 키스신을 선보인 것이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섹시'보다는 '로맨틱'에 가까웠다. 더구나 제품 이름인 핫식스도 은근한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핫식스의 원료는 천연 카페인성분인 과라나 추출물, 홍삼농축액, 가시오가피농축액, 아미노산 등이 6가지다.

롯데칠성 광고를 대행한 대홍기획 관계자는 "북미나 유럽시장에서는 에너지음료의 섹시한 광고나 프로모션이 일반적이다. 일단 에너지음료가 스포츠음료와 혼동되기 쉽고 새로운 카테고리이다 보니 관심을 끌고, 제품명을 알리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몬스터, 플레이보이, 턴온, 바이러스, 번 등 미국과 서유럽에서 판매되는 에너지음료는 나이트클럽 샘플마케팅이 주요한 프로모션 툴이다. 광고도 도발적이다. 에너지음료 글로벌 넘버원인 오스트리아의 레드불도 스포츠 마케팅과 함께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밤 문화'와 연결된 프로모션이 성공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에너지음료는 아니지만 빙그레가 수입판매하는 100% 석류주스 '폼'(POM)도 남성의 정력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밝히고 이를 연관시키는 광고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석류를 두개 붙인 것 같은 디자인으로 유명한 폼의 광고카피는 '미국 남자들보다 더, 힘내그라', '남편을 남성으로 키우그라' 등이다.

롯데칠성이 에너지음료 시장에 불을 지르자 해태음료도 탄산을 뺀 에너지음료 '에네르기'를 선보이며 에너지음료 붐업에 나섰다. 코카콜라코리아도 에너지음료 '풀스로틸'을 국내에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해태음료 관계자는 "자극적 광고로 시선을 끌기보다 제품 특성을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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