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 이윤율을 높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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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도 예외 없이 찾아온 노사분규가 수습돼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파업은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화산이다. 근로3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파업은 예사로운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한국의 노사분규는 분명히 큰 문제가 있다.

*** 법정관리.赤字에도 파업

한국 노사분규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기업의 수익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자기업.워크아웃기업.법정관리기업에서도 파업을 한다. 선진국에서도 노동조합이 기업의 이윤을 잠식하지만 그것은 기업이 초과이윤을 낼 때 갈라먹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조합처럼 기업이 제대로 이윤을 못내는데도 임금을 더 달라고 파업을 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이윤을 제대로 못내는 것은 바로 한국경제의 핵심문제다. 한국의 기업은 스스로 지불하는 이자율만큼도 이윤을 내지 못해왔다. 1990년대 10년간 제조업의 자기자본 경상이익률은 평균 5.5%인데 지불이자율은 11.9%이다. 기업이 이윤을 못내니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없어 부실화한다. 그것이 외환위기를 불러와 1백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부었다.

한국기업은 왜 이윤을 제대로 못 내는가. 수익보다는 성장 위주의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고는 수익이 나면 자신의 업적이고, 손해를 보면 은행이 떠안는 대마불사(大馬不死)식 경영을 해왔다.

차입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은행은 기업이 이윤을 못내도 퇴출시키지 못하고 계속 돈을 빌려준다. 은행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는 대기업 도산의 파장을 염려해 그러한 관행을 방조해 왔다. 당연히 정경유착 시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도에 1987년 6.29 이후 노동조합이 끼어든 것이다. 경영자는 기업이 이윤을 못내도 퇴출당하지 않으니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를 쉽게 들어준다. 그 부담은 다시 빌려서 메우게 돼 결국 노사가 같이 빌린 돈으로 인심을 내는 꼴이다. 외환위기 전 기아자동차가 대표적 예다.

기아자동차 노사의 그런 행태는 제일은행에 15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주원인이 됐다. 결국 '국민기업' 으로 불리던 기아자동차는 '국민의 돈을 먹는 기업' 으로 드러났다. 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업 이윤율을 올리는 데 있다. 기업 이윤율이 오르지 못하면 '상류에서 내려오는 쓰레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아무리 공적자금을 부어도 소용이 없다. 그런 점에서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근로시간을 줄이라면서 그에 상응하는 임금삭감이나 생산성 향상안을 내놓지 않는 것은 기업 이윤율이라는 관점에서 계산이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번에 다시 임금을 올리라고 파업을 한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이 무리를 했다고 경영자나 정부가 가진 문제점까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는 노동조합을 비난하기에 앞서 수익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과거의 관행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반성해야 한다.

*** 성장 우선 관행 반성해야

아직도 퇴출돼야 할 기업이 정경유착에 기대어 연명하고 있지 않은지, 불투명한 관행으로 기업 이윤을 빼먹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 관행을 완전히 버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윤보다 성장 위주의 경영 관행을 제어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를 철폐하라고 무리한 요구를 해서도 안될 것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핵심이 기업의 이윤율을 올리는 데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할 일은 무엇보다 기업이 이윤을 내서 빚을 갚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에 이윤을 압박하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기업의 이윤을 잠식하는 효과가 있는 온갖 규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이번 파업은 일회성으로 끝나겠지만 그것이 나온 바탕은 그대로 남는다. 문제를 고식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려면 노동조합이나 경영자나 정부가 이번 파업을 한국 경제가 가진 문제의 핵심을 좀 더 잘 파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민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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