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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파 디스크인가 했는데, 감각은 별 이상 없으시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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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스파인병원 박진규 원장이 척추 내장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내장증은 무중력 감압술과 허리 근육 강화 요법으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굿스파인병원 제공]

아침에 허리가 아파 일어나기조차 힘들다는 김모(45)씨. 세수를 하고 나서 한참 동안 허리를 펼 수 없었다. 허리 디스크로 생각해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진단 결과는 ‘디스크 내장증(IDD)’. 그는 이름도 생소한 척추질환에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치료가 어려운 희귀병처럼 생각됐던 것이다.

교통사고나 사소한 외상이 원인

내장증과 디스크는 ‘형제 질환’이다.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손상돼 발생하지만 양상은 전혀 다르다. ‘내장증(內障症)’은 디스크 손상이 추간판 내부에 국한되지만 디스크는 추간판이 외부로 삐져나와 신경을 압박한다.

내장증 환자는 의외로 많다. 급성요통 환자의 10%가 만성요통으로, 그리고 만성요통 환자의 약 40%가 디스크 내장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외상이다.

굿스파인병원(경기도 평택) 박진규 원장은 “척추 내장증은 허리가 삐끗할 정도의 사소한 외상, 또는 교통사고와 같이 짧고 강한 충격으로 추간판이 손상됐을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추간판 바깥쪽 막인 여러 겹의 섬유테가 반복적인 외상이나 압력에 의해 찢어지면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것. <그림1 참조> 흔히 허리 아래쪽인 5번과 꼬리뼈 1번 사이, 그리고 허리뼈 4~5번 사이에 많다.

오래 앉아있으면 통증 … 등·목까지 아파

디스크 내장증 환자는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 오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허리가 잘 펴지지 않고,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면 다음 날부터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은 엉덩이·등·목으로 뻗치기도 한다. 다리가 저리기도 하지만 디스크와는 달리 감각 마비 같은 신경 증상은 없다.

디스크 내장증은 누워서 다리를 편 채 들어 올리는 검사에선 정상으로 나타난다. 근력이나 감각 이상도 찾기 어렵다. 방사선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을 발견할 수 없다. 박 원장은 “증상이 모호해 때론 ‘꾀병 부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디스크 내장증은 디스크 조영술이나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정상 디스크는 해당 부위가 하얗지만 내장증은 디스크가 까맣게 변색돼 있다. ‘흑색 디스크 질환’ 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디스크 내부에 생리 식염수를 주입, 통증을 살피는 ‘통증 유발 검사’나 ‘디스크 조영술’을 통해 확진한다.

무중력 치료와 운동요법 병행을

초기엔 안정을 취하면서 약물을 쓴다. <표 참조> 최근엔 무중력 감압술과 허리 근육 강화 요법을 병행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굿스파인병원이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무중력 감압술과 척추 운동요법으로 척추 내장증 환자를 치료한 결과, 89%가 만족할 만한 치료 성적을 보였다. 무중력 감압술은 척추 뼈 사이에 음압을 걸어 손상된 추간판을 회복시키는 시술. 여기에 운동으로 척추 주위 근육 및 인대를 강화시킨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기에는 수핵성형술을 시행한다. 고주파를 이용해 추간판의 압력을 풀어주는 요법이다. 호전율은 60% 안팎.

박 원장은 “지난해 본원에서 치료 성적을 평가한 결과, 40세 이하의 젊은 환자, 추간판 조영술에서 동일 부위의 통증을 유발한 환자, 그리고 추간판 내 수핵 압력이 높은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가장 좋았다”고 밝혔다.

수술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나사못이나 케이지로 상하 척추를 고정시키는 척추체 유합술. 다른 하나는 문제를 일으킨 디스크를 제거하고 새 디스크로 바꿔주는 인공디스크 치환술이다.

박 원장은 “치료법은 환자의 증상과 상태, 나이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결과가 만족스럽다”며 “원인 모를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척추 내장증을 한번 의심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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