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언론사 세무조사 발표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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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발표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발표 형식도 이례적이다.

우선 아직까지 일부 언론사에 대한 조세범칙 조사 등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20일 조사 종결 선언과 함께 조사내용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계획된 일정에 맞춰 서두른 감이 있다.

또 지난달 7일 조사내용에 대한 '중간발표' 를 한 데 이어, 다음주 '검찰 고발 발표' 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종결 발표' 를 한 점도 이례적이다.

국세청은 그동안 언론이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세무조사를 취재할 때 '납세자 정보 보호' 를 이유로 자료제공을 거부해왔다.

개별 과세자의 납세정보를 공개할 수 없도록 한 국세기본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같은 모순을 의식한 듯 국세청은 이날 발표문에서 공개 경위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동안 조세범처벌법에 해당돼 고발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개해왔고, 또 이번 사안은 일반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면서 유언비어 등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개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의 당위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적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전체 추징세액 규모와 유형별 탈루.탈세사례는 소개했지만 회사별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으니, 이는 납세자 개별정보는 보호하면서 국민들의 알권리에는 부응한 것 아니냐" 고 자평했다.

하지만 당장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적 관심사라서 발표하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탈루 규모와 회사별 사정이 다른데 이런 식으로 발표하면 모든 언론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매도되는 것 아니냐" 는 지적이 나왔다.

한 언론사 재무담당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차원이라면 차라리 고발시점에 맞춰 회사별 조사내용과 추징세액을 발표할 일" 이라면서 "이렇게 회사별로 해명기회도 주지 않고 전체를 싸잡아 발표하는 것은 문제" 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발표된 탈루 유형이 방송.통신사에 비해 신문사의 사례를 집중 부각한 점은 다른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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