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상금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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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때는 문학 앞에서 늘 비장하게 설레곤 했습니다. 나중엔 그런 것이야말로 인간의 교만이 아닌가 여기게 됐지요. 이제 문학은 전혀 특별한 길이 아니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 듯합니다. 그저 다행이라면, 제가 이 길을 스스로 좋아하고 있다는 겁니다. 남에게 누가 되지만 않기 바라면서,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뿔)로 중앙장편문학상 첫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소설가 임영태(52)씨의 수상 소감은 겸손했다.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시상식이 2일 오후 서울 중앙일보 본사에서 열렸다. 고료 1억원의 큰 상이지만 수상자인 소설가 임영태(52)씨는 “조용히 받겠다”며 따로 손님을 부르지 않았다. 공동 주최한 중앙일보와 웅진씽크빅 관계자, 심사에 참여한 소설가 이순원·공지영씨와 평론가 김동식·백지연씨 등 몇 명만 모인 자리였다.

중앙장편문학상은 기성작가와 신인작가 모두에게 문을 열어놨다. 그럼에도 중견 작가가 응모한다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임씨는 당선 후 본지와 인터뷰에서 “동료나 후배 작가들이 내 작품을 심사한다는 점이 꺼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보다 많은 독자와 만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거론한 ‘동료’이자 심사위원이었던 소설가 이순원씨가 심사위원을 대표해 축사를 전했다.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시상식이 본사 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평론가 김동식·백지연씨, 소설가 이순원씨, 임영태씨, 소설가 공지영씨, 웅진씽크빅 이수미 개발본부장, 본사 허남진 제작총괄 겸 논설주간. [강정현 기자]

이씨는 심사위원으로서 친구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을 때 맞닥뜨렸던 어정쩡한 처지를 털어놨다. 그는 “친구 도움이 아니라 친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작품으로 남아야 작품도 떳떳하고 사람도 떳떳하다”는 자세로 심사에 임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다행히 그 작품이 당선작으로 정해지면 그때부터는 태도를 바꾸어 이런저런 자리에 기회 있을 때마다 그 작품을 앞서서 칭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앙장편문학상이 기성이나 신인에게 모두 열려 있는데, 수 백 편의 다른 작품을 밀어내고 당선된다는 건 이 친구의 문학이 현재 상태로 그만큼 젊다는 뜻 아니겠냐”며 “영원한 신인으로서의 자세와 창작하는 자의 고독함을 지금까지 지켜온 것”이라고 축하했다.

시상자로 나선 중앙일보 허남진 논설주간은 치사에서 ‘모든 아내는 메시아다’란 소설의 구절을 거론했다. 허 주간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고, 오히려 큰 소리 치면서 살아온 제 또래 남성들이 이 문장을 접하면 누구든 가슴이 덜컹 내려앉을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아내에게 읽히기 위험한 소설이란 생각도 들어 아직도 선물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웅진씽크빅 단행본개발본부 이수미 본부장은 치사에서 “책을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무뎌진 감수성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며 “이 작품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오래오래 쓰다듬고 위로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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