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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된 4자회담 미국입장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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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에 빠진 데는 미국의 책임이 큽니다. "

미 국무부 북한 데스크 출신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18일 "남북관계가 제대로 풀리려면 워싱턴이 서울 입장을 좀더 존중해야 한다" 고 말했다.

1993~94년 북.미 대화에 참가한 퀴노네스 박사는 대북 지원 민간단체(NGO)세미나 참석차 서울에 왔다.

- 미국의 책임은 뭘 의미하나.

"미국은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초를 닦은 김대중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잘못을 저질렀다. 지난 3월 초 워싱턴의 한.미 정상회담은 金대통령을 미국의 아시아정책의 종속변수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남북관계가 정지되고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에 주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의 태도변화만 있으면 북한은 쌀.비료 같은 선물과 상관없이 2차 남북 정상회담에 나올 것이다. "

- 부시 대통령이 지난 7일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발표하지 않았나.

"미국이 한승수 외교부장관의 워싱턴 도착(8일) 하루 전에 북.미 대화 재개를 발표한 것도 잘못했다. 미국은 하루 기다렸다가 韓장관과 협의를 거쳐 발표했어야 했다. 공동 관심사는 동맹국간의 사전 협의를 거쳐 발표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인데 워싱턴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재래식 무기를 북.미협상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잘못이다. 재래식 무기는 한국이 주도할 문제다. 미국이 너무 일방주의로 나가고 있다. "

-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견지하는 이유는.

"부시를 에워싼 인물들이 한결같이 냉전의 안경을 쓰고 평양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그리고 공화당 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 등은 북한을 '제2의 소련' 으로 간주하는 이들이다. "

- 앞으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미국이 남북화해에 좀더 적극적인 지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 金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중단된 4자회담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

- 북.미 대화의 전망은.

"북.미 대화는 당분간 실무접촉 이상으로 발전하기 힘들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변화나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한 대화수준을 격상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미사일 검증 등 어려운 문제부터 다루자는 입장인데 이는 북.미대화에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

- 미국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혼선은 정리됐나.

"아니다. 여전히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의 북.미대화 재개는 콜린 파월을 중심으로 한 국무부의 온건파 승리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또한 국무부 못지않게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 등 공화당 원로들이 막후에서 역할을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북.미대화 재개 결정에는 부시 전 대통령과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 미사일방어(MD)망과 북한 문제의 함수관계는.

"미국이 MD카드를 꺼내들어 동북아의 세력균형이 깨졌다. 중국은 MD가 불거지자 북한을 좀더 적극적으로 껴안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도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MD는 남북화해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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