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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구센·브룩스 18홀 연장 대혈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마의 18번' 홀이 결국 조화를 부렸다.

제101회 US오픈 골프선수권(총상금 5백만달러) 최종일 선두권이 18번홀(파4.4백20m)에서 모두 3퍼트, 우승상금 90만달러의 행방이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래티프 구센(32.남아공)과 마크 브룩스(40.미국)의 연장 대결이 19일 오전 1시부터 18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벌어졌다.

정상급 프로들도 메이저대회의 위명 앞에서 '새가슴' 처럼 떨었다. 구센과 브룩스는 각각 45㎝와 2m40㎝ 거리의 파 퍼팅을 실패, 합계 4언더파 2백76타로 공동선두에 올랐다.

스튜어트 싱크는 60㎝짜리 보기 퍼팅 실수로 연장전 문턱에서 탈락, 단독 3위에 그쳤다. 최종일 18번홀에서 선두 세명이 모두 3퍼팅을 한 것은 대회사상 처음이다(http://www.pgatour.com).

18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서던 힐스 골프장(파70.6천2백38m)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황제' 타이거 우즈(26.미국)는 1언더파를 보태는 데 그쳐 선두와 7타 차이로 경쟁에서 탈락했다.

17번홀까진 선두권 세명이 5언더파로 키재기를 하며 나아갔다.

생사관인 18번홀에서 마크 브룩스가 먼저 땅을 쳤다. 그는 깃대 12m짜리 파 퍼팅이 컵 오른쪽 5㎝에 서면서 보기(2온3퍼트)로 홀아웃했다. 합계 4언더파로 점수를 잃은 브룩스는 라커 룸에서 TV중계를 보며 챔피언조인 구센과 싱크의 '처분' 만 바랐다.

이어 20분 뒤엔 싱크가 '쇼' 를 펼쳤다. 그는 그린 프린지 러프에서 세번째 샷을 컵 4m50㎝ 앞에 붙인 뒤 파 퍼팅을 놓쳤다. 홀인 60㎝를 남겨둔 싱크는 깃대 3m60㎝ 앞에 2온 된 볼을 마크한 구센의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먼저 보기 퍼팅을 시도했다. 야속하게도 볼은 홀을 스쳤고 싱크는 2만 관중 앞에서 더블보기(3온3퍼트)로 눈물을 흘렸다.

다음 순간 지금까지 18홀 그린의 상황이 성에 차지 않는 듯 신은 한층 심술을 부렸다. 구센의 버디 퍼팅은 홀을 45㎝, 파 퍼팅은 50㎝ 각각 지나갔고 갤러리 속에서 땅이 무너지는 듯한 탄식이 터져나왔다. 결국 보기를 기록, 브룩스와 연장전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구센은 씁쓸하게 내뱉었다. "내일 잘 하면 되지. "

그 순간 라커룸의 사물함에서 꺼내던 옷가지를 다시 집어넣던 브룩스는 동료들의 축하인사 속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연장전에 대비했다.

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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