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앨 고어 전 미부통령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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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앨 고어(53)전 미 부통령이 지난 주말 한국을 다녀갔다.

고어는 새천년평화재단(총재 이승헌)이 주최한 '제1회 휴머니티 컨퍼런스-지구인 선언 대회' 의 초청연사 자격으로 16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1박2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17일 오후 한국을 떠났다.

그는 부통령 시절인 1997년 3월 공식 방한한 적이 있다.

고어는 16일 오후 서울 잠실롯데호텔에서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와 인류평화를 위한 제언' 을 주제로 강연했다.

검은 정장에 푸른 와이셔츠, 자주색 넥타이 차림의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될 뻔했던 사람" 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7백여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50분 가량 진행된 강연의 대부분을 환경위기.가족붕괴.지역분쟁 등에 할애했다.

그는 준비해온 슬라이드(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를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주며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8월께 둘째 손주가 태어날 예정" 이라며 "도둑들이 지구의 환경을 훔치고 있는데 대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50년 뒤 손주가 할아버지는 그때 뭘 했느냐고 물을 때 무슨 말을 하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독실한 침례교 신자인 그는 "차별의 관념이 인종.종교.국가간의 폭력을 낳는 만큼 차이를 존중하고 진실하게 포용해야만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고어는 "한국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박사학위 소지자가 많다" "유선전화보다 휴대폰이 더 많이 보급된 나라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꺼달라" 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와 웃음을 이끌어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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