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동반자 관계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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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안정을 위한 양국간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하고 '동반자관계' 구축 의지를 천명했다.

양국 정상은 그러나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계획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회원국 확대방안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논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부시 정권출범후 처음인 이번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양국간 견해차가 다소 좁혀진 것으로 알려져 미.러 대화재개의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추진 중인 MD계획이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를 위협하는 '불량국가' 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이 국제안보의 초석이란 종래 입장을 강조하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복잡한 문제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회담후 "러시아와 미국은 적이 아니며 세계평화 유지와 새로운 안보구조 구축의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 고 말했으며 한발 더 나아가 "미국과 러시아가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며 혁명적 관계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부시 대통령도 "냉전시대의 상호불신에서 벗어나 진정한 신뢰로 나아갈 때가 됐다" 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이해의 폭을 넓힌 총론을 바탕으로 MD와 같은 까다로운 과제에 대해 곧 실무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큰 성과로 꼽힌다.

양국 정상은 나토 회원국 확대 문제도 심도있게 논의했다.

푸틴은 나토의 동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나토와의 협력 문제를 계속 논의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고 말했다.

각국 언론들은 이번 회담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우호적인 결과로 끝난 데 대해 "두 정상이 개인적인 신뢰관계 구축에 성공했다" (영국 BBC)고 평가하면서 "과제가 많기는 하지만 양국관계에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미국 뉴욕타임스)고 논평했다.

양국 정상은 푸틴 대통령이 올 가을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농장을 방문하고 이에 대한 답방으로 부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데 합의했다.

워싱턴=김진특파원, 서울=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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