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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들녘 '물싸움'에 인심 흉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9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아 곳곳에서 ‘물싸움’이 벌어지고 이웃간 싸움이 고소고발사태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17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들어 논물을 서로 끌어 대기 위해 다투다 폭력을 휘둘러 불구속 입건된 농민이 9명에 달한다.

말다툼이나 드잡이를 하다 끝나는 경우도 들녁마다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옥천경찰서는 15일 옥천군 동이면에서 양수작업을 하면서 경운기로 길을 막았다는 이유로 이웃을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포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金모(4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옥천군 청산면에서는 金모(65)씨와 황모(41)씨가 지난 5일 마을 공동정수장의 물을 자신의 논에 먼저 대려다 서로 폭력을 휘둘러 둘다 불구속 입건됐으며,옥천읍에서도 지난달 25일 高모(41)씨가 자신의 논에 가두었던 물을 빼갔다며 주모(69·여)씨에게 폭력을 휘둘러 입건됐다.

지난달 24일에는 진천군 문백면에서 물싸움을 벌이던 徐모(49)씨가 또다른 徐모(49)씨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혀 고소당했다.같은 날 제천시 청풍면에서는 金모(54)씨가 공동상수도의 물을 참깨밭에 주고 있던 朴모(61·여)씨를 때려 입건됐다.

이처럼 물싸움이 잦아지자 일부 마을은 물배정을 위해 매일 회의를 열거나 제비뽑기를 하고 면 공무원이 조정에 나서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뭄이 정겨운 이웃간의 인심마저 메말리고 있다”며 “가능한 한 화해를 유도하고 있지만 일부는 고소사태까지 번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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