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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할 일 소홀해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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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도 보고를 받아 보니 (침몰 시간이) 15분, 22분, 30분으로 자꾸 바뀌던데 경황들이 없어서 그런 거 같다. 잘라진 시점, 침몰한 시점 등 여러 가지 혼돈이 될 수 있겠다. 이제 생존한 사람들도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을 테니 장관에게 시점을 잘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1일 했다는 발언들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특사로 해외를 다녀온 한나라당 의원 9명과 오찬을 함께했다. 박희태·조윤선(칠레), 김학송·이계진(우루과이), 김정훈·김성식(콜롬비아), 구상찬·정해걸(볼리비아), 김성회(우간다) 의원 등이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학송 의원이 “대통령께서 직접 백령도를 다녀와 사기 진작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운을 떼자 이 대통령은 “경호실장이 말렸지만 갔다”면서 천안함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속초함이 새 떼를 오인해 함포사격을 한 데 대한 의혹이 거론되자 “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국민은 당연히 이해가 안 가지…”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자세한 발언은 “처음 안보회의에서 천안함이 침몰 중이고 속초함이 쐈는데 새 떼였다고 하더라. 나도 군함에서 새 떼를 경비정으로 오해하고 쏜 것이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해군이 쏘고 난 뒤 흩어진 모습을 보니 새 떼인 줄 알았다고 해서 이해했지만 국민으로선 오해할 만한 것이라 생각했다”였다.

이 대통령은 배의 피로도 축적에 의한 침몰 가능성 보도에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김학송 의원이 “현재 25대의 다른 초계함이 있는데 배가 다 노후됐다고 하면 장병 가족이 얼마나 불안하겠느냐”고 하자 이 대통령은 “맞는 얘기”라며 “피로도 축적으로 예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호응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일부 언론이 침몰 원인을 북한과 관련 짓는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 “국내적 발상만으로는 안 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또 “6자회담 당사국이자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으로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사고는 말할 수 없이 안타깝지만 그 때문에 정부가 할 일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그것이 오늘 회의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가영·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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