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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아끼고 친환경 진료…전국 병원들 ‘녹색병원’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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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안양 한림대병원 태양광 발전시설. 낮에 전력을 비축한 뒤 주차장 주변을 밝히는 데 쓴다. [한림대병원 제공]

비가 내린 지난달 22일 경기도 안양시 한림대 성심병원 옥상. 빗물이 하수구로 가지 않고 회수관을 통해 여과기가 있는 물탱크로 흘러들어간다. 깨끗하게 걸러진 빗물은 지하 2층, 지상 13층 병원의 100여 개 화장실의 변기 세척에 사용된다. 그 양은 연간 2000t에 이른다. 예전엔 지하수를 퍼올려 화장실 세척수로 썼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물이 말라갔다. 그렇다고 수돗물을 쓰기엔 비용이 만만찮았다. 그래서 설치(2008년)한 것이 빗물회수시설이다.

이 병원 주차장엔 태양광 발전시설도 있다. 낮 동안 모아진 태양광으로 전력을 비축했다 밤에 주차장과 병원 주변 가로등을 밝히는 데 쓴다. 지난해 9~12월 4개월간 생산된 전력이 670㎾h다. 큰 양은 아니지만 병원 주변의 밤을 밝히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국내 병원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병원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을 절감하고 환자에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친환경 병원(Green Hospital)’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녹색성장으로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도 친환경화하고 있다”며 “따라서 병원의 경쟁력도 친환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환경경영 비전인 ‘에코(Eco) 한림’을 선포한 한림대의료원은 빗물·태양광을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스팀소독기·건조기 등에서 발생하는 섭씨 70도의 열을 활용해 온수를 만든다. 이 병원 기관실 송제민 기사장은 “2008년 물·에너지 비용이 2007년보다 7%, 1억원 정도 절감됐다”며 “초기 투자비용은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2008년 초 도입한 열회수 시스템으로 연간 3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있다. 시설팀 고대환 과장은 “밖으로 배출하는 공기의 열을 재활용해 새로 들어오는 공기를 덥히는 방식을 사용한다”며 “별도의 난방 없이 영하 5도의 찬 공기를 20도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미즈메디병원·대구파티마병원 등은 벽지와 같은 것을 유해성이 적은 마감재로 꾸미고, 여유공간이 조금이라고 있으면 화단과 안뜰을 꾸며 친환경 진료환경을 만들고 있다. 건물에는 창을 많이 내 자연채광을 늘린 것도 특색이다.

◆선진국 병원의 녹색 서비스=선진국에선 20년 전부터 친환경 녹색 의료서비스 바람이 불었다. 1990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면서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오스트리아 빈 선언을 채택하고, 대체 에너지 사용 등 병원의 친환경 정책을 마련해 각국에 시행토록 권장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척추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햇빛이 잘 드는 병실의 환자는 그렇지 않은 병실의 환자보다 진통제를 투여받는 횟수가 평균 28% 적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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