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촉진법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여야 3당이 함께 발의한 구조조정촉진법은 채권금융기관들이 잇속만 따지다가 부실기업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구조조정협약 등에 따라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 협약은 강제성이 약해 채권단협의회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자기 돈만 회수하는 곳이 있거나, 협의회에 참여하더라도 신규 자금지원 문제 등을 놓고 입장이 달라 결론을 못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자금지원, 현대건설 출자전환 지연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원칙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합의해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 금융기관들이 살릴 방법을 찾지 못하면 법정관리나 화의.청산 등의 절차를 밟으면 된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직 그럴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법정관리나 화의.청산 등의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현행 '도산3법' 의 체계로는 시간이 많이 걸리며 법을 통합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짧은 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구조조정촉진법은 부실징후기업의 처리를 빨리 하자는 것이 골자다. 채권단협의회가 소집된 뒤 한달(자산실사의 경우 3개월) 안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법정관리나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혼자 살겠다고 여신을 회수하는 금융기관의 무임승차 행위를 막기 위해 채권금융기관의 채권단협의회 가입을 의무화하는 한편 협의회의 결정에 따르지 않으려면 채권을 시가로 팔고 나가도록 규정했다.

금융계는 법 제정을 환영하면서 한편으론 대상 기업 선정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이연수 부행장은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결정하고도 자구계획안 등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3~6개월이 걸려 해당 기업의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며 "회생 가능성 등을 엄밀하게 따져 대상 기업을 선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법안 제정 과정에서 몇 가지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금융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을 법으로 정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협의회 소집 이후 채권 행사를 못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선 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법무법인 나라 임재연 변호사는 "주채권은행의 소집으로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의 재산권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위헌 시비를 가져올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송상훈.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