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이희성-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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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느긋해진 이세돌 공격 대신 두텁게 응수

제4보 (68~90)=흑▲로 모양을 키운 시점에서 대략 형세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계산서를 뽑기 전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상변에서 흑이 A로 두는 것과 백이 B로 두는 것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백이 B로 둘 경우 좌상 백집은 중앙의 두터움을 감안해 85집은 세어줘야 한다. 이때 우상귀의 흑집은 15집.

흑이 A로 둘 경우 C의 선수가 보장돼 있어 이때 좌상 백집은 76집 정도이고 우상 흑집은 27집으로 늘어난다. 권리로 따진다면 흑이 A로 둘 권리가 조금 세다고 할 수 있지만 힘겨운 백에 프리미엄을 줘 반반으로 계산해보자. 이때 백집은 80집이고 판 위에 오직 이 집 하나뿐이다.

흑집은 우상이 21집이 되고 우하가 30집이니까 덤을 계산해 하변 일대에서 40집을 만들면 무난히 승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희성3단(이희성은 최근 4단으로 승단했으나 이 판은 3단 때 두었으므로 그냥 3단으로 적는다)은 68에 붙여 좁은 곳부터 응수를 묻는다.

목표는 72의 돌입이지만 72로 먼저 쳐들어가면 좌하가 굳어져 뒷맛을 잃게 되기 때문에 수순을 비틀어 본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이미 우세를 확인한 듯 주무기인 공격 대신 79, 81, 87 등 두텁게 응수해 살아갈 수 있으면 다 살아가라고 한다.

다시 계산을 해보자. 백90에서 흑은 좌하귀만 잡아버려도 이 집이 40집을 훌쩍 넘어선다. 또는 더욱 안전하게 흑A에 두고 백이 귀를 살 때 D로 넘는 정도로도 충분히 이긴다.

76, 78로 고분고분 응수한 것이 너무 침착했으며 그것이 마지막 패인이었다는 해석이 있다. 또 80으로는 81에 먼저 두어야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백의 상처는 이미 골수에 스며들어 이정도로 회복되기는 틀린 국면이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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