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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소리 디자인하는 사운드 아티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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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컴퓨터로 갖가지 소리를 디자인하는 '사운드 아트'. 영상.미술 등 다른 장르의 예술과 자유자재로 결합하는 특성 때문에 서구에선 각광받은 지 오래지만, 국내에선 아직 낯선 분야다.

최근 '사운드 다이어리'란 첫 음반을 발표한 아링(30.본명 이은영)은 이 생소한 예술을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당찬 꿈의 소유자다. 서울예고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버클리음대에서 음반 제작기술을, 뉴욕대 대학원에서 컴퓨터음악을 전공한 그는 이번 음반의 기획.작곡.편곡.연주.녹음.믹싱 등 제작 전 과정을 혼자 진행했다. 몇몇 곡에 삽입된 노래 역시 직접 불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일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선 음반을 한 명의 아티스트가 제작한 경우는 드물다고 들었어요. 혼자 준비하다 보니 지난해 11월부터 근 1년이나 걸렸죠."

이번 음반엔 총 10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Das Parfuem(독일어로 향수라는 뜻)'은 경쾌한 전자악기 소리를 보사노바 풍의 리듬에 실은 것으로, 연인의 향기를 바람결에 맡게 된 행복감을 노래했다. 시인 이상의 시 '꽃나무'를 읽고 지었다는 여섯번째 곡 'A Flowering Tree'에선 국악기인 해금과 전자음악의 융합을 시도했다.

"두 차례 발표회를 열어 제 음악을 청중에게 직접 들려드렸는데 '아주 새롭다'는 반응이었어요. '사운드 아티스트'라는 명함을 내밀면 여전히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리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성악가를 꿈꿨다가 갑상선 질환 때문에 뜻하지 않게 첨단 예술의 길로 들어섰다는 아링은 작고한 테너 이상춘(1910~1991.전 서울대 음대 학장)씨의 손녀다. 아버지와 언니까지 성악을 전공한 음악가 집안 출신이지만 활동 영역을 음악에만 한정하진 않겠다고 한다.

"컴퓨터로 하는 건 뭐든지 좋아하거든요. 유학시절 웹디자인과 플래시 애니메이션도 배웠죠. 앞으로 사운드 아트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아트로 작품 세계를 넓혀가고 싶어요."

글=신예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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