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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망신 당한 '세계섬문화축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세계섬문화축제가 시작된 지난달 19일부터 10일까지 제주공항을 통해 들어온 인원은 29만8천16명.지난해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30만2천6백29명)을 밑돌고 있다.

‘섬문화 올림픽’을 표방하며 국비·도비 등 90억원을 쏟아부은 제주도의 최대 관광이벤트였는데 이 지경이다.

“관광 비수기에 행사를 개최,지역관광에 도움을 줬다”는 게 주최측인 제주도의 답변이지만 통계는 한마디로 그 반대인 셈이다.

왜 그럴까? 섬문화축제 개막이래 지금까지 섬축제 조직위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wofic.or.kr)에는 관광객·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볼 것 없는 축제”라거나 “관람시설 부족·불편”을 말하는 경우는 투정에 치부될 정도다.

“‘제주도에 대한 정마저 떨어지게 만드는 허접쓰레기 축제”’라고 질타하는 경우까지 있다.

개막 첫날 행사가 간단한 개막식뿐이고 오후시간대 축제 참가섬의 지역관 공연이 전혀 없어 일부 입장객들이 집단항의와 환불소동을 빚었고,가랑비에도 축제장을 휴장하는가하면 공연 취소·변경을 밥먹듯 해댔다.

애초부터 행사진행 계획이 없었다는 듯 하나같이 즉흥적으로 결정되고 바뀌는 판이었다.

게다가 지난달 27일에는 ‘불법취업’을 위해 공연단으로 가장해 축제에 참가했던 파키스탄 공연진 18명이 자취를 감춰 지금도 경찰이 이들의 소재를 쫓고 있다.

그탓인지 축제가 폐막(17일)직전이지만 11일까지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은 기껏 19만여명이다.조직위의 목표 관람객은 60만명이었다.

조직위원장이 지난 5일 사과성명을 냈고 9일 도지사가 축제장에서 간부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공무원에게 1∼2일의 특별휴가까지 줘 가면서 축제장 방문을 유도하고 있지만 축제는 사실상 ‘실패작’으로 종결되는 분위기다.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얼굴을 못 들겠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을 지켜보는 자원봉사자의 한 마디는 그래서 더 애처롭다.

양성철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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