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이희성-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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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黑 31로 패 쓰자 白 장고끝 불청

제2보 (25~49)=파격(破格)은 사람을 흥분시킨다. 그 속에 도사린 창의성이 선악을 떠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세돌3단이 들고나온 25~29까지의 패도 일종의 파격이다.

그러나 이 수순은 튼튼한 백을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줘도 별로 아깝지 않다는 이론적 배경을 깔고 있다.

31로 패를 썼을 때 이희성은 16분의 장고 끝에 불청해버렸다. 하지만 이 수는 두가지 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첫째, 앞서 언급한 대로 좌상 백은 이미 튼튼해 32로 이은 무쇠와 같은 두터움이 그렇게 큰 플러스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둘째, 당장 끊지는 않는다 해도 '가' 의 곳은 흑의 단점이 분명한데 33으로 뻗어버리자 그 단점이 저절로 사라졌다. 단점을 노려보지도 못하고 해소시켜 주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참고도' 백1로 받아야 한다고 임선근9단은 말한다. 흑2로 패를 때리면 3으로 두고 동태를 살핀다. 4엔 5(□의 곳)로 때린 뒤 상대가 손해패를 써온다면 다 받아주고 못이기는 척 A로 물러서면 된다.

패는 백이 이겼으나 41까지 몽땅 잡힌 우하귀가 컸다. 42의 못질이 필요한 것도 백으로서는 괴로운 일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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