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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반도체 '나노기술' 열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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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반도체를 어느 정도까지 작게 만들 수 있을까.

미국 인텔사가 11일 현행 기술로 반도체를 소형화 할 수 있는 극한점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나노(Nano:10억분의 1)기술개발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나노기술은 원자를 자유롭게 조작해 극미세 반도체를 가능케 할 기술.

인텔이 개발한 반도체는 어른 엄지손톱 크기의 면적에 1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내장했다. 아주 뾰족한 바늘로 점을 찍어도 도저히 집어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트랜지스터다.

여기에 사용된 트랜지스터 회로의 굵기는 머리카락의 5천분의 1 정도인 20나노m.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가늘다. 이 회로의 단면적은 약 80개의 원자가 들어가는 넓이다. 이 정도를 현행기술의 한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고 속도는 20기가㎐(1기가는 10억)로 현재 팔리고 있는 칩(1.56기가㎐)보다 15배 이상 빠르다. 전기 소모량도 1V에 불과할 정도로 초절전형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은 50나노m. 최근 삼성종합기술원과 도쿄공대가 공동개발한 것이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발표한 것은 모두 이 수준이다.

인텔과 국내기술과는 단순히 트랜지스터 회로의 굵기로만 본다면 30나노m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차이는 초등생과 대학생의 차이 정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회로 굵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회로를 뜨는 기술인 리소그래피 등 극한기술이 필요한데 아직 우리나라는 미흡한 수준이다.

나노기술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때문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선진 각국은 나노기술 개발에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가 연구과제로 연간 1백억원씩 10년간 1천억원을 투자한다는 목표 아래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미국은 올해 지난해보다 50% 정도 올린 4억2천만달러를 나노기술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일본 역시 올해 3억9천만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나노기술은 원자를 레고블록 처럼 쌓아 회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인텔이 개발한 칩의 선폭(線幅)보다 20 배정도 더 가는 1나노m 굵기의 회로도 가능하다.

나노기술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이론상 한면이 1㎠ 각설탕 크기의 반도체에 1백억년치의 책 내용(1년에 일반적인 대학교재 분량의 책 1백만권을 발간한다고 가정)을 기록할 수 있다.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전기로 원자 몇개만 움직이면 정보를 쓰거나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 소모량도 극히 적다. 휴대용 슈퍼컴퓨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가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이조원 단장은 "1나노 기술의 실용화는 30년쯤 뒤가 되겠지만 현재 속도라면 지금보다 1천배 이상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10나노m 수준의 반도체가 2010년께 가능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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