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모호성에서 벗어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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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오고 가는 정’ “여름엔 비가 내리고 겨울엔 눈이 내린다.” 용례의 ‘-고’는 두 가지 이상의 사실을 대등하게 벌여 놓는 연결어미다. ‘-고’로 연결되면서 뒤에 부정어가 나올 때 의미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다음 예문을 보자.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성실하고 정직하지 못하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 문장에서 ‘기업이 성실하고 정직하지 못하면’ 부분은 그 뜻이 모호하다. 이 부분은 ‘-고’ 때문에 ‘성실하고’에서 끊어 읽기 십상이다. 즉 ‘기업이 성실하고/ 정직하지 못하면’으로 읽히게 된다. 그러면 문맥에서 볼 때 ‘기업이 성실’한데도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는 게 되므로 문장의 의미가 어그러진다.

한편으론 ‘성실하고 정직하지’를 묶어서 ‘못하면’이 두 어구를 동시에 부정하는 걸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읽는 이가 적극적으로 해석할 경우다. 이보다는 연결어미 ‘-고’의 성격에 따라 전자(前者)처럼 이해하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성실하지 않고 정직하지 못하면’으로 두 어구를 모두 부정하면 의미의 모호성에서 벗어나게 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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