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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첫 유럽 순방… 영국·프랑스·독일 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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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유럽순방에 대해 유럽 주요국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은근히 기대했던 유럽의 주요 동맹국은 부시의 유럽순방 일정에서 자국이 빠지자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영국은 물론이고 아버지 부시 1세가 취임 후 첫 방문을 했던 독일, 전통적으로 '미국에 대해 할 말이 많은' 프랑스 등이 내심 서운해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부시가 유독 스페인을 대접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좌파 정권과는 의도적 거리감〓유럽국가들은 이번 순방 일정이 유럽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보수우파 성향의 부시 행정부가 유럽의 좌파 정권에 대해 느끼는 본능적 거리감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자국 이기주의와 우월감에 빠져 국제적 관례마저 무시하는 오만한 정권이라는 불신이 강한 유럽의 좌파 정권들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는 그간 교토의정서 비준 거부와 발칸지역에서의 우라늄탄 사용으로 유럽 각국으로부터 신랄한 비난을 받았다. 특히 미사일방어(MD)계획에 대해 얼마 전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 미국과 유럽 사이의 거리가 어느 때보다 벌어진 느낌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부시 대통령이 같은 보수우파인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가 집권하고 있는 스페인을 첫 방문지로 택했다는 분석이다.

◇ 순탄치 않을 순방외교〓부시 대통령은 이번 유럽순방을 통해 MD에서 지구온난화, 무역분쟁, 나토 확대, 발칸문제, 유럽의 신속대응군 창설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부시는 미국의 사형제에 대해서도 동맹국들의 강력한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그동안 사형문제가 미국 내부의 문제라고 일축하며 부시와 유럽 정상들간의 단독회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부시는 최근 스페인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미국 내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자국 출신의 피의자들에 대한 형집행 반대요구를 강력하게 해오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 순방 앞두고 특별과외 수업〓부시 대통령은 유럽순방을 앞두고 행정부 밖의 유럽전문가들을 초빙해 특별 과외수업를 받았다.

뉴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국제문제에 문외한으로 알려진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추천한 유럽전문가들을 비밀리 백악관으로 초청해 유럽과의 현안에 관한 자문을 받았다.

이 자리에는 후버연구소의 러시아문제 전문가 마이클 맥폴과 클린턴 행정부에서 프랑스 대사를 지낸 투자은행가 펠릭스 로헤이틴,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유럽전문 언론인 라이오넬 바버 등이 참석했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서울〓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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