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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 대상 4만여 명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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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골 노인 중에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럴 경우 당연히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돼 매달 일정액의 생계비를 받고 의료혜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수급자로 선정되지 않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다. 도시에 사는 자식 때문이다. 현행법은 자식의 소득이 일정액을 넘으면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부모에게 복지 혜택을 주지 않는다. 상당수의 노부모들이 자식에게 누가 될까봐 기초수급자 신청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1일 “기초수급자를 선정할 때 적용하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2010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2000년 10월 기초생보제가 시행된 뒤 2006년 소득 기준이 완화됐는데 이번에 완화하면 5년 만에 바뀌는 것이다. 복지부는 세부 방안을 예산당국과 협의한 뒤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을 고칠 예정이다.

현행법에는 본인(노부모)과 부양가족(자식)의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배를 넘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이 기준은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소득의 64%인 243만원에 해당한다. 복지부는 이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5배(280만원)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44만~280만원 사이에 드는 사람은 수급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사이에 드는 대상자를 한꺼번에 수급자로 확대하지 않고 노인·장애인·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부터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4만 명가량이 늘어나며 매년 42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너무 엄격해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도회지에 사는 자식(4인 가구 기준)의 월 최저생계비의 1.3배는 177만원이다. 이 정도로는 자식 가구의 생계 유지도 쉽지 않아 부모를 부양하라고 강제하는 게 무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준 완화에 대해 난색을 표시해 왔다. 올해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3조1477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한편 복지부는 부당한 방법으로 복지 급여를 타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허위 서류를 제출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기초생활 생계비·양육비·장애수당·기초노령연금 등을 탄 사람에게 징벌적 환수금 제도를 도입해 최고 두 배의 돈을 돌려받기로 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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